기업가의 불행

1.
1년동안 진행하였던 알고리즘트레이딩전략개발방법 교육, 마지막이었습니다. 모든 교육의 마지막은 제가 맡았습니다. 주제는 ‘Latency와 Trading’입니다. 항상 몇 분만 마지막 강의에 오십니다. 전략은 관심을 가지지만 IT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그래도 강의하고 뒷풀이를 합니다. 어제는 전기구이 통닭과 맥주. 우연히 교육생이신 분의 회사가 하는 일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오래전 제가 하였던 것과 같은 사업을 하시더군요. 다른 점은 저는 실패했고 다른 분의 회사는 성공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가 제가 겪은 불운으로 이어졌습니다.

불운의 시작은 넥스트웨어를 만든 때입니다. HTS의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하던 회사들이 모여 넥스트웨어를 설립하여 HTS시장을 더 공략해보자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설립하고 1주일후에 IMF를 맞았습니다. 계획은 헝클어지고 뒤죽박죽이었습니다. 맨땅에서 다시 시작하여야 했습니다.

또다른 불운은 나우콤 서비스입니다. IMF로 무언가 수익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제 시작한 여의도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아본 것이 PC통신이었습니다. PC통신 서비스를 기획하였습니다. 유즈넷 뉴스그룹을 PC통신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억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98년을 전후하던 시절 PC통신 야한 사진서비스는 최고의 인기였습니다. 유즈넷 서비스의 핵심은 alt.binaries.picture.erotica 서비스였습니다. 나우콤과 협의하여 개발을 끝내고 시험까지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이면 메뉴 등록을 하고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바뀐 서비스 담당자가 서버스중지를 결정하였습니다. 서비스 담당자는 대학 동기이었고 지난 정권 청와대에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IMF를 전후한 불운은 계속 이어집니다. 대표이사에 오른 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일이 M&A입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할 예정인 Xinhua Finance와 협상을 진행하였습니다. 홍콩,북경,상해를 다니면서 설명도 하였고 비즈니스를 같이 했습니다. M&A를 위한 실사도 받았고 주식교환비율도 결정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습니다. 한국지사를 통해 계속 확인하였고 Xinhua Finance가 TSE 마이다스 시장에 상장하기로 한 바로 전날, 계약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계약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길고긴 2년동안의 노력이 사라졌습니다.

M&A이후 여의도경기가 좋지않을 때 제안을 하나 받았습니다. 요즘은 스탁론이라고 하는 사업을 제안받았습니다. 2005년쯤입니다. 이 때 금감원은 스탁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지만 모증권 지점과 협의하여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조건은 개발 전담, 수익분배입니다. 작지 않은 시간이 들어간 이후 서비스를 오픈할 때가 되었고 시험도 했습니다. 그런데 파트너였던 증권사 지점장이 연락을 주었습니다. 내부 컴플라이언스부서가 ‘절대 불가’라고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스탁론을 금감원이 허용을 하면서 대박사업이 되었습니다.

M&A가 사라지면서 후유증을 오래갔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준비를 한 사업이 FX입니다. R&D를 통하여 제품을 개발하였고 선물사와 계약도 하였습니다. 해외수출을 하려고 싱가포르, 홍콩, 상해, 도쿄등에 출장을 다녔습니다. 이 때 Refco 싱가포르를 만났습니다. 몇 번 제품 소개도 하였고 비즈니스도 이야기했습니다. 오랜 시간 토론을 하고 계약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Refco를 통하여 아시아에 제품을 공급하고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계약서를 만들었고 싱가포르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로 한 날 아침 미국에서 Refco 미국본사가 IPO를 할 때 분식회계를 하였다는 기사가 날아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FX의 불행은 계속 이어집니다. 초창기 FX로부터 얻은 수익은 몇 십만원부터 몇 백만원까지 미미하였습니다. 어느 때부터 수입이 급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천만원을 넘기기 시작합니다. 이 때 마지막 불운은 내부에서 나타났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같이 하던 개발자들이 퇴사를 통보하였습니다. 결국 투자자였던 Xinhua와 협의하여 사업권을 Xinhua에 넘기고 다시 퇴사한 개발자들이 운영하는 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투자자에 대한 도리였습니다. 그리고 1년이상 한달 수익은 어마어마 했습니다.

어제 이런 이야기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잠깐 한 이야기입니다.

2.
굳이 지난 과거를 되새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패한 경영자에서 월급쟁이로 바뀐 삶을 살다가 다시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3년이 되어갑니다. ZeroAOS를 힘들게 개발하였고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은 경제위기가 이어지고 여의도는 불황을 넘어 빙하기에 놓여져 있습니다. 생존기반이 있는 곳은 버틸 힘이 있지만 스타트업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불행은 이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되새깁니다.

다시금 과거를 되돌아봅니다. 실패했기때문에 불행만 보입니다. 그렇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행운도 있습니다. 앞서 열거한 불행이 행운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생각하지도 않은 투자를 받기도 하였고 우여곡절끝에 훌륭한 프로젝트를 수주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항상 불행만 온 경우는 없습니다. 행운과 불행은 함게 왔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실력이 행운을 더 크게 살리지 못하고 불행은 더 큰 상처를 남도록 하였습니다.

불행을 탓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행운을 큰 성공으로 만드는 것은 스스로의 준비입니다. 오래전에 읽어던 기사입니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쓴 짐 콜린스의 인터뷰입니다.

짐 콜린스의 기발함 중의 하나는 ‘행운’과 ‘비즈니스 성공’과의 상관관계를 데이터를 이용해 정밀 분석했다는 점이다.약간 황당해 보이는 연구 주제일 수 있으나 콜린스는 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 7개 ’10X기업’과 동종업계의 라이벌 기업들을 상대로 각각의 성장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을 전수(全數)조사했다. 그는 “이것을 분석하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했다.그의 결론은 ‘성공한 10X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더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10X기업’에서 행운이 개입된 중요 사건은 평균 7개 발견됐고, 비교된 라이벌 기업들에서는 8개가 나왔다. “성공 기업은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운을 만났을 때 여기서 얻는 수익률(ROL·Return of Luck)이 좋았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 고사성어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다. 어쨌거나 당신은 이를 뒤집었다.

“중국에 그런 고사가 있는 줄 몰랐다. 재밌다.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행운이 위대한 기업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운에 대한 수익률이 위대한 기업을 만들었다. 한국 기업으로 따지면 운이 오늘의 삼성을 있게끔 얼마 정도 영향을 줬을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성공 요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운 수익률’을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는 항상 미래를 대비한 ‘생산적 편집증’을 가져야 한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좋은 운이고, 뒷면이 나오면 나쁜 운을 만난다고 치자. 어떤 기업은 일곱 번째까지 뒷면이 나올 수 있다. 이 기업이 나쁜 운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면, 여덟 번째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 즉 좋은 운을 만날 수 있다. 이때 행운을 잘만 활용하면 거대한 기업으로 갈 수 있다. ‘생산적 편집증’을 가진 리더라야 동전 던지기에서 일곱 번 모두 뒷면만 나올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고 좋은 운을 만났을 때 이를 낚아챌 수 있다.”
[Weekly BIZ] [Cover Story] 혁신만이 성공 비결? 그건 순진한 생각… 광적인 규율이 위대한 기업 만든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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