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조직재편과 정무위원회

1.
한국거래소 재편을 놓고 ‘코스닥 분리’를 목표로 하던 금융위원회가 ‘지주회사 – 코스닥 자회사 – IPO’로 방향을 바꾼 힘은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거래소 조직개편의 방향을 ‘지주사 전환’이라고 처음 밝힌 자리는 지난달 22일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과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다. 그 전까지 거래소 조직개편 방향을 설명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으나 부산지역 정치인들에게 먼저 ‘보고’를 한 셈이다. 당시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전환으로 나오게 될 코스피거래소와 코스닥거래소, 파생상품 거래소 등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카드로 정치권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관측은 상당부분 확인되고 있다.

임 위원장은 2일 거래소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거래소와 거래소 기관들이 부산으로 이관하도록, 부산이 자본시장의 중심이 되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라 개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사전환으로 독립되는 기관을 모두 부산으로 보내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추진된다. 정부입법은 제출 전 관계기관 협의,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등 자체 심사 및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

반면 의원입법은 본회의 보고 뒤 바로 상임위에 올려 다룰 수 있다. 법안처리절차가 대폭 간단해진다. 게다가 이번에 입법을 맡은 의원은 바로 前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부산 남구갑 의원(새누리당)이다. 임 위원장의 거래소 지주사 전환 관련 보고를 들은 바로 그다. 그리고 현재 거래소 부산본사가 입주한 BIFC의 지역구 의원이다.

거래소 노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야당과 서울 영등포 지역의 의원들과 접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자칫 정치권의 힘싸움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기자의눈] 거래소 조직개편을 읽는 두가지 脈중에서

이번 금융위원회의 조직재편은 부산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금융위원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나온 듯 합니다. 사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야 하므로 입법부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아시겠지만 입법부에 새누리당만 있지 않습니다. 금융위원회를 다루는 상임위원회가 정무위원회이고 정무위원회소속 국회의원중 새누리당이 아닌 국회의원이 현재 11명입니다. 새누리당은 13명입니다.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국민연합 김기식 의원이 개인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안에 토를 단 의견입니다.

한국거래소지주 설립, 공적기능에 대한 완전 분리·독립이 선행되어야

– 시장감시위원회, 거래소지주로부터 완전독립 후 공공기관 지정 필요

오늘(2일) 금융위원회에서 한국거래소 내의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시장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고, 한국거래소지주를 설립하여 상장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거래소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코스닥 등의 활성화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 방안 등은 법안이 제출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발표한 방안은 거래소를 지주회사 및 자회사 체제로 재편하는 것뿐만 아니라 IPO(기업공개)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재편 방향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거래소가 갖고 있던 공적 기능, 즉 시장감시위원회와 예탁결제원 기능의 분리가 명확히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장된 특정 민간기업에 공적 기능을 갖는 조직이 예속되는 결과가 발생하며, 이는 차후 ATS(대체거래소) 등장에 따르는 거래소 시장의 경쟁체제에도 걸맞지 않다.

금융위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하여 지배구조가 독립된 비영리 시장감시법인을 만들고 예탁결제원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첫째로, IPO를 통한 지주회사의 상장과 ATS 출연을 전제로 한다면, 기존 시장감시위원회 기능을 담당할 조직은 재편되는 한국거래소 지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 기관의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과 지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로 예탁결제원의 경우에도, 공공인프라로서의 성격을 인정한다면, 법률에 예탁결제원의 공공적 성격과 이에 따르는 통제장치를 명확히 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거래소 지주로부터 시장감시위원회 및 예탁결제원의 완전한 독립성과 공공성 확보가 전제된 조건에서만 이 개편안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더불어 2012-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ATS를 허용할 당시, 금융위에서는 거래비용 감소와 거래체결속도 증가 등 자본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ATS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며, 거래소 경쟁체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그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해외 주요 자본시장에는 이미 다수의 대체거래소가 활발히 영업 중이라는 점 등을 들어 대체거래소 설립에 회의적이던 의원들을 설득했으나, 법 개정으로부터 2년 이상 경과한 현 시점에도 ATS는 단 하나도 설립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이 없이, 단순히 규제완화로 문턱만 낮춰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이번에 발표한 ATS 활성화 방안도 결국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금융위는 법률 개정으로 허용된 ATS를 현실적으로 출범시킬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논평] 한국거래소지주 설립, 공적기능에 대한 완전 분리·독립이 선행되어야중에서

2.
성명을 읽어보면서 공감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닌 부분도 많았습니다.

우선 예탁원의 분리독립입니다. 한국거래소와 예탁원의 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이런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2006년 증권선물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맺은 합의서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코스콤과 한국거래소의 관계처럼 형식적으로 보면 한국거래소의 자회사인데 업무영역을 두고 다투고 합의합니다.

증권선물거래소, 예탁결제원 “청산, 결제기능 및 소유구조 개편

예탁원을 분리독립하여 공공기관화하는 것에 앞서 청산결제 및 예탁업무를 현재처럼 독점으로 갈지, 아니면 ATS처럼 경쟁으로 갈 지를 정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적 흐름은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쪽이었습니다. 만약 공공성을 이유로 독점을 인정하다고 하면 공공기관이 타당합니다. 그렇지만 ATS를 도입하려고 했던 거래비용 감소에 효과적일지는 의문입니다.

둘째 시장감시위원회입니다. 시장감시위원회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한국거래소의 자율규제기구입니다. 이에 대하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장에 대한 공적 규제를 맡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법적인 제재는 공적규제기구의 몫입니다. 문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시장을 직접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감시를 할 능력이 없고 이를 자율규제기구인 시장감시위원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조직만 놓고 보더라도 6개부서 18개팀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조직입니다.

자율규제기구인데 공적규제기구가 하여야 할 일을 위임받아 하고 있습니다. 시장감시위원회를 단순한 자율규제기구로 이해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또하나 한국거래소의 자율규제기구인 시장감시위원회가 한국거래소와 경쟁을 하는 ATS의 자율규제업무를 대행하다고 할 때 발생하는 이해상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따져야 합니다. 자율규제기구는 필요하기 때문에 분리독립보다는 공적 규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금융위원회(혹은 금융감독원)내에 시장감시위원회처럼 인력과 인프라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금감원과 한국거래소가 모두 전자공시시스템을 운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체거래소입니다. 성명서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금융위에서는 거래비용 감소와 거래체결속도 증가 등 자본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ATS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며, 거래소 경쟁체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그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해외 주요 자본시장에는 이미 다수의 대체거래소가 활발히 영업 중이라는 점 등을 들어 대체거래소 설립에 회의적이던 의원들을 설득했으나, 법 개정으로부터 2년 이상 경과한 현 시점에도 ATS는 단 하나도 설립되지 않았다

시간을 더듬어 가보죠. 자본시장법을 개정을 한 이후 금융위원회는 시행령을 개정하였습니다. 이 때 자본시장법이 위임한 것중 하나인 5%규정이 탄생하였습니다. 5%를 두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무위원회 국회의원들은 지난 세월 조용했습니다. 아예 관심이 없었죠. 요즘 시끌시끌한 국회법을 빌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왜 대체거래소가 나오지 못하도록 막은 금융위원회의 행정입법을 수정·변경 요청하지 않았냐? 지금에 와서 왜 금융위원회를 탓하냐?”

아마도 5%규정이 아닌 다른 구조적인 이유때문에 ATS가 나오지 않았다고 판단해서 ‘구체적 방안’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모르지만 시작은 시행령의 5%규정이었습니다.

(*)청산결제업무와 관련한 시간흐름을 조사하다고 청산결제업무를 자세히 정리한 자료가 있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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