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과일에 담긴 뜻

1.
6시와 7시를 전후한 시간, 출근이 아닌 이유로 운전을 할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큰딸을 학원에 보내는 일입니다. 이 때 자주 듣는 프로그램이 몇 있습니다. 6시가 넘었으면 KBS 클래식FM의 새아침의 클래식입니다. 프로그램 소개처럼 고음악, 원전연주가 흘러나옵니다. 서양음악이 현대화하면서 소리가 커지고 편성도 다양해진 반면 고음악, 원전연주는 작고 소박한 느낌을 줍니다.

서양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들려드리고 있는 국내 유일의 고음악 전문 프로그램입니다. 또한 원전연주, 혹은 정격연주라고 부르는, 고악기 (시대악기)를 활용한 연주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7시가 넘으면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을 많이 들었습니다. 워낙 CBS FM을 좋아합니다. 몇 달전부터 경쟁방송을 더했습니다. 바로 국악방송입니다. 요즘 듣는 프로그램은 은영선의 창호에 드린 햇살입니다.

2.
오랜 동안 제사나 차례없는 명절을 지냈습니다. 일본에 계신 큰아버지가 제사를 모시니까 절을 하려고 일본을 갈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다 큰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제사를 지낼 사람이 없으면서 막내인 아버지가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어머니가 가장 큰 반대를 하셨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제사나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이나 음식들이 많습니다. 그저 제철 음식을 조상님께 대접하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더군요.

오늘 큰딸을 데려다주고 다시 과천으로 오는데 시청자의 글을 하나 소개하는데 귀에 쏙 들어오더군요. 제삿상에 올리는 과일의 의미입니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지 말고 명절 잘 보내십시오.^^입니다.

20090128-13

옛부터 대추는 씨가 하나이기 때문에 왕을, 밤은 씨가 3개 이므로 삼정승을,감은 씨가 6개 이므로 육방을, 배는 씨가 8개 이므로 팔도관찰사를 나타냈으며 이같은 후손이 많이 나오라는 축원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간혹 문관 집안이냐 무관 집안이냐에 따라 배와 감의 순서를 바꾸기도 하는데 남의 제사에 문중 노인네들이 와 자기 것만 고집하며 “감 내놔라”,”배 내놔라”하기도 해 이런 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홍동 백서는 뭘까요? 옛날에는 요즘처럼 사과나 귤 등을 차례상에 올리지 않았으나 과일의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동쪽을 양의 기원으로 해 붉은 과일을 놓고 서쪽에 흰 과일을 놓았던 데서 유래했습니다. 가가례(家家禮)라는 말과 같이 집안마다 풍속은 다르나 통상 동쪽에 대추를 제일 처음 놓고 서쪽에 밤을 놓는 집안도 있습니다. 밤율(栗)을 파자하면 서쪽의 나무(西+木)가 되기 때문입니다. 순서는 서에서 동으로 밤, 배, 감, 대추 순이나 이도 정답은 아니며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대추는 한번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습니다.즉 낙화하는 법이 없다는 뜻입니다.이는 사람으로 태어 났으면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자손 번창의 뜻입니다.또 대추씨는 하나 이므로 왕을 나타내며, 붉은 색은 용포를,통씨는 절개를 상징하며 죽은 혼백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밤 송이의 가시는 내유외강을, 밤톨 껍질은 살면서 닥치게 될 풍파에 단단한 껍질만큼 잘 견디는 방어적인 힘을, 밤톨 속의 껍질은 부모로서의 따뜻한 보호력과 살아가면서 맛봐야 할 인생살이의 떫은 맛을 의미합니다. 밤나무는 땅속에 밤톨이 씨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씨밤이 썩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것과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합니다.

감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고욤나무가 납니다. 3~5년 후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다음해부터 감이 열립니다. 이는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서 사람이 된다는 훈육의 뜻이 있습니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 붙일 때 처럼 아품이 따르고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를 한번도 열리지 않은 가지는 꺽어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습니다. 반면에 감이 열린 나무는 검은 신이 있습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만큼 속이상하였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여 놓는다고 합니다.

배는 속살이 하얗기 때문에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 제물로 쓰입니다.또 씨가 8개여서 팔도 관찰사 같은 후손이 나오라는 축원의 의미도 있습니다.또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에서 우주의 중심을 나타내며,흙의 성분인 토(土)로 민족의 긍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요즘 임금피크제니 노동개혁이니 말이 많습니다. 기성세대인 부모세대가 자식을 위해 양보하라고 합니다. 자식이 잘 된다고 하면 양보하지 않을 부모가 누가 있을까요? 부모가 자식 걱정하는 마음이 백분의 일이라도 자식인 청년세대를 고민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누가 반대할까요?

차례를 지내든 아니든 추석은 ‘부모을 생각하고 자식을 걱정하는’ 시간입니다.

즐거운 한가위 명절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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