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만 키우는 투자은행정책

1.
현재 투자은행업무를 할 수 있는 업무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자기자본금은 3조원입니다. 이를 5조원을 올린다는 기사입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한국형 투자은행)의 자기자본 기준이 최대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 등에 따라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들이 NH투자증권과 함께 3곳 이상 출범하면서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자기자본 기준을 높이고 이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인센티브 차별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 상반기 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준과 규제 차별화를 위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었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기준을 최대 5조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초대형 IB를 위한 규제개혁은 물론 투자처 발굴을 위한 새로운 업무도 승인하는 등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IB 자기자본 기준 3兆→5兆중에서

이미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4월 초순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통한 기업금융 기능 강화 (상반기중)

□ 기업금융 기능 강화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 대형 증권사 육성을 목표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만족할 만한 변화가 없는 상황 → 전면적인 제도 개편 추진
ㅇ 투자은행이 갖추어야 할 요소 : (i)활발한 모험자본 공급 (ii)전문적인 기업금융기능 (iii)글로벌 경영을 위한 해외진출
ㅇ 이러한 요소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위험분담과 이에 따른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하는 등 대형화가 우선 이루어질 필요

□ 이런 점에서 NH․우투, 미래․대우, KB․현대 등 대형증권사간 합병은 금융투자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측면이 큼

ㅇ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전면 개편하여 자본시장의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하고, 초대형 투자은행을 육성
– 상반기내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여 증권사 대형화 및 금융투자업의 발전을 도모해 나갈 계획

현재까지 나온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그렇지만 정책으로 수혜를 입는 곳이 있으므로 이해관계를 서로 달리 할 듯 합니다.

3년 전 애써 증자까지 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지위를 얻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 신용공여규모는 지난해 6월 기준 2조7000억원으로 자기자본(18조3000억원)대비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놨지만 현재 실행되고 있는 건 거의 없다.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올해 1분기까지 추진 예정이던 지급보증 규제 합리화와 별도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체계 마련 등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또 다른 기준과 그에 맞는 혜택을 주는건 결코 달갑지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초대형 IB의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해 모험자본 공급기능을 확충한다는 큰 그림을 갖고 있지만 정작 대형 증권사들은 이같은 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초대형 IB로서 정부에 원하는 바에 대해 의견을 청취한 결과 “해외 진출시 정책금융기관을 동원해 자금 조달이 보다 용이하게끔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등의 글로벌 사업에 대한 요구사항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한국판 노무라 키우겠다는데…심드렁한 금투업계중에서

2.
금융의 삼성, 메가뱅크,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불리우는 규모의 정책이 타당한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아마도 리먼을 인수한 노무라의 선택이 반면교사일 듯 합니다.

8년 전 리먼 브러더스의 유럽 법인을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일본 증권사 노무라 홀딩스가 실적 부진 끝에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노무라 홀딩스는 미국과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1천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12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감원 대상은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 사무직을 아우를 전망이다.회사는 또 유럽 증권 리서치·판매·거래·인수 부문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노무라 홀딩스의 유럽과 미국 지역 직원 수는 각각 3천433명, 2천501명이다.

노무라 홀딩스는 2008년 파산한 리먼 브러더스의 아시아·유럽·중동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직원 수를 크게 늘렸다. 이 인수를 계기로 일본을 넘어 아시아 최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것을 기대했지만, 이후 미국과 유럽 지역 증권 부문에서 계속 고전을 면치 못했다.여기에 올해 초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면서 해외 영업 손실이 커지자 감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 리먼 인수 8년만에 백기…미국·유럽서 1천명 감원중에서

아래는 2016년 3월 노무라증권의 결산자료중 투자은행과 관련한 부분입니다. 숫자가 좋지 않습니다.
nomura

또다른 사례입니다. 미국계와 유럽계 투자은행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유럽계가 밀리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In the aftermath of the global financial crisis, the market share of US investment banks is increasing, while that of their European counterparts is declining. We present evidence that US investment banks are on the verge of taking over pole position in European investment banking. Meanwhile, since 2015, Chinese investment banks have overtaken American and European investment banks in the Asia-Pacific market.
The United States dominates global investment banking: does it matter for Europe?중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그래프들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시장의 점유율 비교입니다.

Figure-1 Figure-2

지역별 점유율 비교인데 아시아시장을 보면 중국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자기자본금을 5조로 올린다고 갑자기 없던 경쟁력이 생길까요?

Figure-3 Figur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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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규모를 키운다고 경쟁력이 커지지 않습니다. 2011년 투자은행을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제도를 둘 때 한국경제신문 사설중 일부입니다.

IB는 자본시장법을 고친다고 갑자기 등장하는 게 아니다. IB의 법적 명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과거 종합금융사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이미 30여개 증권사가 IB사업부를 두고 있고,IB시장은 수수료 덤핑 등 레드오션이 돼가는 판이다. 금융위가 IB의 자기자본 커트라인을 3조원으로 정한 것도 무슨 근거가 있어 정한 것이 아니다. 국내 5개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평균 2조7000억원이니 10%가량 증자하면 된다는 현실적인 논리일 뿐이다. 그래봐야 골드만삭스의 30분의 1,노무라금융투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것은 엄정한 현실의 토대 위에서 창의와 혁신을 꾀하는 민간의 몫이지,정부가 미리 장담할 것은 아니다. 금융정책이 구호만 요란해진 것은 정부가 금융을 설계할 수 있다는 허황된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금융당국이 파워풀한 IB와 자본시장 빅뱅까지 설계하겠다고 달려든다면 이는 의욕과잉에 불과하다. 당국은 시장의 규율과 불필요한 규제만 구분할 줄 알아도 충분하다.
IB 육성, 법이 없어 못했나 실력이 문제지중에서

사실 박근혜정부 그리고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정책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자본시장정책을 담당하는 국장의 재임기간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국장 임기가 단명하면서 졸속 정책과 입법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국장이 고위 공직자로 올라가려고 단순히 거치는 자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임 자본시장국장인 김학수 국장은 지난해 5월 첫 공모를 통해 선임됐다. 그러나 김 전 국장은 올해 2월 국방대로 파견 가면서 9개월밖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 이전도 마찬가지다. 김용범 사무처장(9개월)과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8개월) 모두 재직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이현철 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재직한 것이 2010년 이후 유일하게 1년을 넘긴 사례다.

금융위가 모범규준을 사실상 새로운 규제처럼 운영하는 것도 업계의 큰 불만이다. 금융위가 모범규준을 행정 규제처럼 운영하면서 ‘옥상옥’과 같은 법령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모범규준] 1년도 못채우는 자본시장국장…정책 연속성도 흔들중에서

정책적 일관성을 가지기 힘든 조직,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정책. 이것이 아마도 현실일 듯 합니다.

금융이든 디지탈산업이든 역시나 창조성을 억합하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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