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아주 길고 긴 송년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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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년 마지막 송년회. 과천성당 레지오단원들과 함께 부부동반 송년회입니다. 이른 9시부터 늦은 10시까지 이어진 긴 송년회입니다. 서울성지순례길중 2길을 걸으면서 신앙선조들을 기억하고 톨스토이의 ‘사람음 무엇으로 사는가’를 원작으로 한 소극장 뮤지컬 ‘날개읽은 천사’를 관람하고 저녁을 함께 하는 일정입니다.

출발은 서울역입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서울역 광장입니다. 전에는 없더 강우규 의사의 동상이 보입니다. 64세 총독 암살을 기도했던 백발의 투사가 남긴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斷頭臺上 단두대에 홀로 서니
猶在春風 춘풍이 감도는구나
有身無國 몸은 있으되 나라가 없으니
豈無感想 어찌 감회가 없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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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지순례길은 서울대교구가 만든 성지순례길입니다. 서울성지순례길 2길의 시작점은 중림동 약현성당.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교회입니다. 대학을 나온 후 얼마후 선배의 결혼식을 위해 방문했던 때가 벌써 30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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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프란치크코 교황께서 방한하셨을 때 찾으셨던 서소문성지입니다. 서소문성지는 서울대교구가 서대문공원 전체를 천주교성지로 조성하려고 하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천주교 신자들만이 역사와 공간을 독점할 수 없습니다. 함께 나누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서소문밖’은 17세기말 지주층의 수탈로 피폐된 농촌을 탈출한 유민들이 시장을 열며 빈민층 경제의 중심지역이 되어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해지자 소문을 통해 경각심을 높이려는 봉건지배자들의 의도에 따라 국사범을 효시하는 형장으로 이용됐다.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광해군 때 학자이자 작가이자 정치가였던 허균이 서자를 차별 대우하는 사회제도에 반대하는 신분혁명을 도모하다 참형된 것을 비롯해 ‘홍경래의 난’ 가담자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주도자들,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들이 참수되거나 효시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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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에서 시청방면으로 갈 때 건너야 하는 철길입니다. 아주 오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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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를 지나서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앞길로 덕수궁으로 향합니다. 사대문안인 만큼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이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많습니다. 그 중 신아빌딩과 정동제일교회도 하나입니다. 2010년 신한은행 본관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자주 걸었던 길이지만 달라보였습니다. 뿌옇고 스사한 겨울날씨와 어우러진 빨간색 벽돌이 눈에 도드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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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정동극장이 있는 덕수궁 돌담길입니다. 역사뿐 아니라 문화가 함께 합니다. ‘광화문연가’를 남긴 이영훈씨의 동상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문화에 취하면서 걸다보니 남도식 추어탕집 남도식당. 같이 갔던 분이 70년대 아버지와 함께 찾았던 집이라고 하니까 40여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추어탕집입니다. 진하면서 담백한 점심 한그릇이었습니다. 남도식당 바로 옆이 증명전이고 옆이 미국대사관저입니다.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척 넓습니다. 높은 담장으로 쌓여있는 구중궁궐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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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과 미국 대사관저 사이길을 따라 광화문으로 향합니다. 덕수궁 근정전을 뒷편에서 찍었습니다. 190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돼 한국 구세군의 장자(長子) 교회로 불리는 서울제일교회도 있습니다. 제일교회 벽에 만들어진 붉은 벽돌의 십자가가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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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광화문입니다. 현재도 그렇지만 조선시대에도 주요한 관청들이 들어섰던 육조거리가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에서 현재의 광화문 4거리까지 조성된 대로입니다. 형조, 포도청, 의금부 등으로 죄인을 다스리던 곳이었지만 궁궐이 있는 관계로 광화문은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공간이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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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공간, 정치의 공간이 광화문이 2014년 4월 26일 이후 아픔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아픔으로 기억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마음의 빚이었던 세월호 아이들을 찾아 0416추모관에서 분향하였습니다. 마침 중고등학생들이 먼저 분향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잊지만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당신품에 안긴 아이들에을 사랑으로 감싸주시고 여기에 남아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에게 위로를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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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왕실 관련 사무를 담당하던 종친부와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입니다. 열린 공간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설계자 민현준씨가 건물에 담은 뜻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과 내부

우리는 건출물을 만들기 전에 도시를 먼저 본다. 해당 도시를 어떻게 분석하고 미술관이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번 미술관 프로젝트의 해결책은 ‘마당이 있는 미술관’이었다. 각 건물마다 마당이나 오픈된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특정 형태를 가진 마당을 만들고자 했다.

건축을 하다보면 오픈된 공간을 보기 힘들다. 서울시청 신청사같은 경우 건물의 형태가 보인다 하더라도 정확히 어디가까지가 오픈 공간인지 정의내리기 힘들다. 우리는 그 공간을 떠나서도 기억에 남을수 있는 마당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특정 모양을 생각해야 한다. 마당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지면 위의 한 도형이기 때문이다.

서울관 부지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인지라 ‘중립적인’ 마당을 만들고 싶었다. 주변 문화유산 건물과 반대 방향에 자리한 현대미술관 때문에 새 미술관 건립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우려가 상당했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부지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당연했다. 교외에 있는 부지나 영국 테이트 모던과 같은 버려진 곳이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것이다. 활기가 넘치는 부지에 중재를 할 수 있는 마당을 시도한 것이다. 서울관, 경복궁, 그리고 주변 이웃들을 위한 공공성이 강조된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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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삼청동길을 따라 올라와서 북촌 계단길로 올라서 북촌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몇 년전 자전거로 다녔던 길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8번으로 올라서 7번과 5번을 거쳐서 북촌로에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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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례길의 마지막인 가회동 성당입니다. 오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작지만 뜻이 깊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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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보다 더 정감있고 멋진 손그림이 있더군요. some sketches at Bukchon Hanok Village, Jongno-gu에서 보았습니다.

북촌어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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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가울림 12월 28, 2015 at 10:43 오후 -  응답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왜 그리 흔적을 남기려 드는지…
    거기 사는 사람들은 그곳이 자기 터전이고 자신들이 주인임에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데
    외지인인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징표로 난잡한 흔적들을 남기고 자신들의 것인양 하니..
    종교인들은 천생 정복자들인 듯 하오.

    • smallake 12월 29, 2015 at 4:20 오전 -  응답

      안녕하세요. 무엇이 글을 삐딱하게 바라보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글을 ‘답사기’로 보면 수많은 여행기중 하나인데 굳이 ‘천주교인들’을 강조해서 보시니까 그런 듯 합니다. 종교를 드러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걸으면서 송년회를 했다, 뭐 이런 식으로 봐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2. 상크스 12월 31, 2015 at 3:45 오후 -  응답

    안녕하세요. 약현성당은 저희 동네에 있는데 이렇게 블로그에서 보니 반갑네요. 내년에도 좋은 한해 되시길 빌겠습니다.

    • smallake 1월 1, 2016 at 1:29 오후 -  응답

      감사합니다.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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