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순례길 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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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성탄절 때 서울순례길 2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설명절을 앞두고 순례길을 함께 가자는 의견이 나와서 성당 교우들과 함께 1코스를 순례하였습니다. 순례길 1코스는 명당성당 – 김병우 집터 – 이벽의 집 – 좌포도청 터 – 종로성당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로 초창기 한국천주교를 기억할 수 있는 순례입니다.

조선 말 남인 실학자들은 중국에서 들어온 교리서 『천주실의』와 윤리서 『칠극』을 읽으면서 천주교를 접했다. 서양 학문으로 받아들이던 것을 종교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사람이 이벽이다. 이벽은 친구였던 이승훈이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가게 됐다는 사실을 듣고 이승훈에게 그곳에서 세례를 받으라고 했다. 이승훈은 1784년 세례를 받고 돌아와 중국에서 본 것처럼 이벽과 처남 정약용(1762~1836)에게 세례를 줬다. 이것이 한국 천주교회의 시작이었다. 이벽의 집에서 모임을 갖던 교인들은 집회 장소를 명례방(명동의 옛 이름)에 있던 김범우의 집으로 옮겼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모임이 발각(1785년 을사추조적발사건)됐고 이를 계기로 천주교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 길 속 그 이야기 〈56〉 서울 천주교순례길 1코스중에서

2월 9일 아침 명동역으로 나와 명동성당으로 걸어가는데 멋진 자전거가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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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의 지하 소성당 묘역은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신 곳으로 성제조배로 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자주 찾는 명동성당이지만 교구청 건물을 준공한 이후 처음입니다. 명동성당이 점점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듯 하여 많이 아쉽습니다. 높은 건물은 신자들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듯 하고 공원과 같은 성당입구는 경건한 마음을 멀어지게 합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지 못하는 성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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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을 나와서 명동예술극장을 지나서 김병우집터를 찾았지만 표지석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이벽의 집터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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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포도청 터는 최시형 순교터와 같은 곳입니다. 조선말 권력을 지키고자 한 세력들이 천주교뿐 아니라 동학을 탄압하였던 역사이기때문입니다. 하나의 공간을 하나의 종교가 독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자 않는 방치된 곳이었습니다.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있었습니다. 종로성당은 ‘포도청(옥터) 순교자 현양관’으로 이 때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설명절이라 성당을 열지 않았기때문에 참례를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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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재래시장을 탐방하면서 입을 즐겁게할 시간입니다. 종로3가를 지나면 건너편으로 광장시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녹두 빈대떡이 무척 유명한 곳입니다. 요즘 한류때문인지 마약깁밥집이 인기인가 봅니다. 김밥집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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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끝너머로 종로 신진시장이 보입니다. 골목길을 따라 가면 유명한 닭한마리집들이 이어져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80년대말 노동운동을 할 때 자주 이곳에 들려 닭한마리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름 유명한 집을 찾았지만 너무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이 넘치더군요. 그럴 정도인지는 의문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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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지문에서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까지 가는 길은 서울성곽길중 낙산성괄길입니다. 오래 전 목동으로 옮긴 이대병원이 있던 곳입니다. 영세 봉제공장들이 들어섰던 동대문을 끼고 있는 이화동과 창신동은 서민들의 정취가 남아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가본 곳이지만 매력이 넘치는 공간이었습니다. 물론 사는 분들은 전혀 다른 느낌을 가겠지만.

창신동, 때묻지 않은 추억을 선사하는 오래된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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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을 가는 곳에 이화동 벽화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북촌과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시한번 시간을 내서 찾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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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해맞이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곳이 낙산공원입니다. 어떤 곳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막상 보니까 너무 좋은 곳입니다. 사방팔방이 확 트인 곳이라 해맞이 뿐 아니라 해넘이 장소로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사대문을 둘러싸고 있는 남산-인왕산-북한산-도봉산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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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은 휴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순례를 하더라도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를 안치한 성당만 참례 가능합니다. 나오는 길에 들린 혜화동성당. 80년대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을 때 시국미사가 자주 열렸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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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창경궁을 지나서 가회동 성당으로 이어진 마지막 길입니다. 일제가 끊어버린 창경궁과 비원을 잇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매일 이곳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은 불편하겠지만.

비록 순례길로 만난 서울이지만 서울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아직도 많고 매력이 넘치는 곳이라는 생각을 듭니다. 삭만한 시멘트로 이루어진, 하루 하루 부시고 세우는 파괴의 현장이지만 그속에서 인간과 역사가 남아 있는 따듯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계속 서울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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