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과 시그널의 기억

1.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시그널. 최근 tvN에서 인기를 얻어던 드라마들입니다. ‘응답하라 1994’를 방영할 때도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응답하라 1998’을 나이도 나이인지라 관심이 가더군요. 80년대. 아주 오래 전입니다. 제가 20대였던 때입니다. 배경은 88 올림픽을 전후한 때입니다. 사실 88 올림픽은 기억의 저편에 있습니다. 오히려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 88년 11월 노동자대회가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노동운동을 하고 있던 저에게 올림픽은 관심밖이었기때문입니다.

‘응팔’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보라’가 학생운동을 하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은 84년 학생회 간부를 맡으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를 찾아왔고 매일 매일 속을 썩이는 자식과 다투셨던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지금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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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14회 빚 청산을 한 동일가족을 담았습니다. 퇴근한 뒤 일화에게 보증을 섰던 친구가 은행 빚을 모두 갚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회사문을 닫고 빚을 갚아나가는 저를 떠오르게 합니다. 빚 보증을 섰던 동일과 다르지만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는 매 일반입니다.

2.
김은희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시그널을 좋아한 이유는 주제도 주제지만 드라마 내내 주인공들이 보여준 고민과 선택때문입니다. 삶은 어떤 길을 갈지, 선택의 연속입니다. 선택에 따라 다른 인생이 내 앞에 펼쳐집니다. 진실을 위한 선택을 위해 목숨조차 버릴 수 있는, 요즈음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80년전 스페인 인민전선정부를 선택한 한 노인의 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단과 선택은 늘 곤혹스럽지만 특히 어려운 선택도 있다. 입바른 말 한 마디로 앞길이 어긋나기도 하고, 투자나 빚 보증에 자식들의 팔자가 출렁일 수도 있다.

좀 거창하지만, 시대나 역사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선택도 있다. 시대가 가파를수록, 예컨대 전쟁이나 혁명의 시대라면 그 선택은 더 어려울 것이다. 예컨대 100년 전 대한제국의 적지 않은 이들은 선택의 자리에 목숨까지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 잘 만나고 나라 잘 만나는 것 못지않게 시대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목숨 걸 일도 없고, 비겁함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비교적 안전하게 용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링컨여단 마지막 병사이자 “20세기 미국의 감시자” 델머 버그중에서

드라마의 중반. 김윤아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OST ‘길’은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깊이 큰 울림을 줍니다. 장기미제 전담팀 팀장인 차수연의 주제곡이지만 길은 선택을 의미합니다. 매 순간 끊임없이 선택을 하여야 하는 인생을 그리는 듯 합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이 길이 옳은지
다른 길로 가야 할지
난 저길 저 끝에
다 다르면 멈추겠지
끝이라며

가로막힌
미로 앞에 서 있어
내 길을 물어도
대답 없는 메아리
어제와 똑같은
이 길에 머물지 몰라
저 거미줄 끝에
꼭 매달린 것처럼

세상 어딘가
저 길 가장 구석에
갈 길을 잃은
나를 찾아야만 해
저 해를 삼킨
어둠이 오기 전에
긴 벽에 갇힌
나의 길을 찾아야만 하겠지

가르쳐줘
내 가려진 두려움
이 길이 끝나면
다른 길이 있는지
두 발에 뒤엉킨
이 매듭 끝을 풀기엔
내 무뎌진 손이
더 아프게 조여와

세상 어딘가
저 길 가장 구석에
갈 길을 잃은
나를 찾아야만 해
저 해를 삼킨
어둠이 오기 전에
긴 벽에 갇힌
나의 길을 찾아야만 하겠지

3.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응팔과 시그널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지금은 잊혀지거나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억이나 그리움이 아닐까 합니다. IMF 이후 각자도생 사회에서 사라진 이웃과 정의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폐허가 된 쌍문동과 같습니다. 폐허위로 뉴타운이라는 욕망이 흘러갑니다.

1988

드라마 ‘응팔’의 마지막. 보라의 도백이 흐릅니다. 누구나 공감을 합니다. 어느 분이 만든 카드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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