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쓰고 버리고 그것이 정치이고 경영이지만..

1.
2007년초 어느날 신문기사중 일부입니다.

이번 삼성그룹 인사 중 특히 삼성전자 부사장 명단이 화제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5명의 연구임원 가운데 김기남·서강덕·오세용·이원성 부사장 등 4명이 공교롭게도 반도체총괄 소속 ‘삼성펠로’ 멤버들이기 때문이다. 삼성펠로란 삼성의 기술을 대표하는 최고(S)급 핵심 기술인력을 뜻한다.공식 직함 앞에 ‘三星 Fellow’란 단어가 붙는 등 특별대우를 받는 이들. 그만큼 차세대 CEO 후보군으로까지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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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난해 11월 삼성펠로 멤버가 된 이원성 신임 부사장(48)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출신으로 지난 92년 삼성에 입사한 후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공정혁신 기술개발에 두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오늘 다른 기사가 나왔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최고 핵심개발 인력으로 꼽혔던 현직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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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학 공학 박사 출신인 이 부사장은 반도체 공정 기술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꼽혔다. 그는 소형 IT제품의 저장장치로 쓰이는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공정 혁신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삼성그룹 전체에서 13명뿐인 삼성 펠로우에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부문인 플래시 메모리 연구소장이었던 이 부사장은 지난해 연초 삼성그룹 인사에서 비(非)메모리 부문인 시스템LSI 연구소장으로 옮겼다가 올해 초 인사에서는 다시 연구·개발 부문을 떠나 시스템LSI 기흥공장 공장장으로 발령이 났었다. 이 부사장의 부인은 “남편이 이번 인사 발령으로 많이 괴로워했고 못 마시는 술을 최근 자주 마시고 들어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 경찰 관계자가 전했다.
‘반도체 최고 전문가’ 삼성전자 부사장 자살중에서

2.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그래도 2007년이후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2007년 차세대 CEO리더로 주목을 받던 분이 2010년 3년이 지난 오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살의 원인을 ‘과중한 업무부담”,”우울증’이라고 합니다. 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아마도 사내정치에서 져서 결국 대권(?)에서 밀려났고 R&D가 아닌 생산을 담당하다 보니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지 않았나 합니다. 결국 스트레스를 풀려고 술을 자주 마시고 자신을 자책하다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삼성이 강조하는 철학중의 하나가 인재제일주의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이런 말을 예전에 했습니다.

아 무리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라 해도 모든 사업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런데 실패했다고 무조건 버리면 인재를 잃는 것입니다. 다른 사업부로 옮기면 더 큰 성공으로 지난번의 실패를 만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저는 ‘실패는 자산’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과감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나 실패는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될 수 있으므로 격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동일한 실패의 반복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21세기는 경쟁이 극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소수의 창조적 인재가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거죠. 과거에는 10만명, 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앞으로는 천재 한 사람이 10만명, 2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될 겁니다. 총칼이 아닌 사람의 머리로 싸우는 두뇌전쟁의 시대에는 결국 뛰어난 인재, 창조적 인재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20세기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제품을 만들었으나 21세기에는 천재급 인력 1명이 제조공정 전체를 대신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반도체 라인 1개를 만들려면 30억달러 정도가 들어가는데 누군가 회로선폭 반만 줄이면 생산성이 높아져 30억달러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천재들을 키워 5년, 10년 후 미래산업에서 선진국과 경쟁해 이기는 방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주 중요한 말이 들어 있습니다.

“실패를 했다고 무조건 버리면 인재를 잃는 것이다” 백번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2006년 11월 삼성이 말하는 천재급 인재라는 펠로가 된 분이 ‘팽’ 당하고 결국 자살한 것은 “경쟁에서 지면 버린다”는 뜻은 아닐지. 인재라는 말속에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라는 수식어가 빠져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인재는 비록 한번 실패를 했다고 해서 버리지 않는다. 다만 다음은…”

3.
스스로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욕망의 덫에 빠져 결국 헤어나지 못합니다. 권력에 대한 욕망, 성공에 대한 욕망, 명예와 돈에 대한 욕망. 어느 순간까지는 욕망이 나를 발전시키지만 철학과 가치관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노예가 될 뿐입니다.

멈출 때 멈추고 그만둘 때 그만두어야 합니다.떠남을 두려워하지 말고  스스로 가치있는 삶을 사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여야 합니다.세상에 나를 맞춰서 사는 것도 방법이지만 세상을 벗어나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떤 분은 ‘버림으로써 채워진다”고 했습니다.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하늘에서만큼은 편안하시길 기원합니다….

1 Comment

  1. smallake

    유명한 블로거이면서 삼성전자에 다니시기도 했던 류한석씨가 개인블로그에 글을 올려놓으셨네요.

    삼성전자 부사장의 투신자살 기사를 보고

    http://bobbyryu.blogspot.com/2010/01/blog-post_27.html?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bobbyryu+%28peopleware.kr%29&utm_content=Google+R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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