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3년을 버티기

1.
알고리즘트레이딩포럼 뒷풀이. 우연히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화두였습니다.

“한국의 산업구조에서 과연 그럴만한 기업의 가치가 있는가?”

의문을 표한 분의 생각입니다. 수다를 하다 보니 이야기가 옛날로 올라갔습니다. 네이버를 시작할 때의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성공한 기업의 과거를 이야기하면 꼭 “남과 다른 무엇”을 찾습니다. 저는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다음’의 흑역사(^^)를 이야기했습니다.

1999.11.코스닥 등록
1999.07.인터넷 포털서비스 ‘Daum’ 으로 재단장
1999.05 온라인 커뮤니티 ‘Daum카페’ 오픈
1997.05 무료 웹메일 서비스 ‘한메일넷’ 오픈

지난 역사이기 때문에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회사가 만들어진 후 이야기입니다. 추측을 해보면 97년 웹메일을 만들었지만 수익이 없으니 SI로 현금을 만들려고 했을 듯 합니다. 더구나 IMF사태가 터진 바로 직후라 위기의식은 컸으리라 짐작합니다. 이 때 자바로 증권사 HTS를 개발하자는 제안을 받은 듯 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신영증권 HTS입니다. 98년경입니다. 제가 이것을 기억하는 이유는 비슷한 때 신흥증권에서 자바로 HTS를 개발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떠오르는 신기술인 Java를 이용하여 HTS를 만들자는 발상을 두 증권사가 했습니다.

여기서 “다음이 증권SI를 할 정도로 경영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반전의 계기를 준 것은 ‘한메일’입니다. 98년과 99년 사이에 웹메일에 관심을 가진 해외투자자들이 다음에 투자결정을 합니다.아주 우연히 파일럿으로 만들었던 ‘한메일’이 회사가 성장하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평가해야할까요?

2.
얼마 전 스타트업에 관한 재미있는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미국에 “한 3년 안 망하고 살아남으니까 기회가 오더라”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할지를 적은 글입니다. 그중 일부입니다.

성공한 스타트업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3년 안망하고 살아남으니까 기회가 오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면…

초기 기업은 기본적으로 “거의 왠만하면 당연히 망하게 되어 있는” 기업이다. 그래서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기는 리스크 팩터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리스크 팩터는 돈과 사람이다. 돈 떨어지면 당연히 망하는 거니까, 초기 기업일수록 돈이 떨어지는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한다. 초기부터 수익을 내면 좋겠지만 초기 기업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기에, 돈 떨어지는 리스크를 줄인다는 얘기는 결국 어떻게 해서든 펀딩받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얘기. 그리고 몇명밖에 없는 초기 기업의 경우 그 몇명 중에서 한명이 회사를 나가거나 제 역할을 못해내면 회사가 휘청하거나 망할수도 있는 구조이기에, 가장 뛰어난 사람들로 팀을 꾸리는것 역시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다. 스타트업 CEO는 돈과 사람 리스크 팩터를 줄이는데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한 3년 안망하고 버틴다는 말의 의미 중에서

돈과 사람은 기업가가 해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렇지만 기회는 기업가의 영역은 아닙니다. ‘어느 시점에’ 시장에서 반응이 올지 명확히 알 수 없기때문입니다. 예상이 빗나가면 고생은 계속입니다.

3.
지난 실패를 뒤로 하고 다시 시작한지 3년이 되어갑니다. 스타트업 3년입니다. 돈과 사람 그리고 기회로 해석해 보면 가시밭길을 걸어왔습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돈을 가지고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한 번의 실패로 제가 쓸 수 있는 돈도 거의 없었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모험을 할 수 없죠. 사람?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이 실패하고 나면 관계를 잃어버립니다. 실패의 마지막은 돈이기 때문에 돈 문제로 관계가 복잡해집니다. 돈과 사람 없이 시작한 스타트업입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사실 ‘기회’ 하나를 보고 시작하였습니다.트레이딩이 사람에서 기계로 넘어가고 기계 트레이딩을 위한 서비스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출발이었습니다. ‘기회’때문에 사람을 만났습니다. 처음 회사를 할 때 같이 했던 분들중 지금 파트너인 분이 계십니다. 처음 제안을 하고 한참 뒤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경영자로써의 능력을 떠나서 FIX/OMS나 Margin FX를 시작했던 경험으로 볼 때 기획가로써의 능력은 믿는다. “

돈이 문제가 되어서 직접 고용이 아닌 동업=파트너로 사람을 얻었습니다. 기회를 구체화하려고 지금도 계속 ZeroAOS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어쩔 수 없는 변수가 있었습니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만드는 ‘제도’입니다. 금융산업의 속성상 규제는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입니다. 기회라고 생각했던 변화가 제도에 의해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시장건전화정책’입니다. 제도에 의해 억눌린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기 무척 힘듭니다.

한국의 기업가들을 이야기할 때 전설처럼 회자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라면 먹고 밤을 세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식입니다. 진짜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는지를 떠나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생활입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을 때 누구나 시간 앞에서 장사일 수 없습니다. 무작정 기회를 보고 고통을 참을 수 없죠. 그래서 나온 숫자가 3년으로 보입니다. 지난 실패를 되돌아 보아도 3년은 사람이 인내할 수 있는 최대의 시간으로 보입니다.

기회를 현실화하지 못하니 여러가지 일들을 합니다. 3년이 다가오면서 파트너들의 관계도 변화가 왔습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면서 기회를 위한 시간 벌이이기도 합니다. 3년의 법칙입니다. 저도 빙하기 살아남기에서 쓴 것처럼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 합니다. 지난 몇 달 여러가지 일로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수면아래에 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졌습니다. 하나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느라 한동안 잠잠했던 화병이 도진 듯 합니다. 3년을 넘기기 위한 성장통으로 생각해야죠.

“여의도에서 IT로 살아갈 수 있을까?”

2013년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은 화두입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동기나 후배들이 공통으로 “저성장 고령화가 증권산업을 지배한다”는 말을 합니다. ‘저성장’이 뉴노멀입니다. 지난 20여년 살아온 경험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그런 고민의 단편을 쓴 글이 여의도에서 떼 돈 벌기입니다.

저성장사회이고 규제가 공고한 시장에서 IT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여의도에서 어떻게 하면 IT로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IT와 결합한 금융”

한국에서 금융을 하려면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허가 없이 할 수 있는 금융이 있을지 매일 고민을 합니다.

4 Comments

  1. eunsu

    회사 생활이 힘들다 힘들다 해도
    사업하시는 분의 발가락도 못 따라 간다는 게 느껴집니다.
    고민하시는 일 잘 해결 되시고 3년도 잘 넘기시길 ^^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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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Post author)

      감사합니다. 바로 옆동네인데 길거리에서 한번쯤 볼텐데…(^^)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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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nikolaj

    안녕하세요. 지엽적이지만 제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증권사에서 프랍트레이딩-HFT->알고리즘-> 스펙 매매를 8년 동안 했습니다)일반 트레이더들도 이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전혀 감을 못잡고 있습니다. 아마 기존 HFT(알고리즘)트레이더들만 접촉을 하시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번 뵙고 싶네요. 화이팅입니다.

    Reply
    1. smallake (Post author)

      안녕하세요. 작은 도움이라도 저는 좋습니다. smithkim.kr@gmail.com으로 메일을 주세요. 평일 거의 여의도에 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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