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한강, 윤제균의 국제시장

1.
성탄절이 지난 후 주말. 윤제균감독의 국제시장을 보았습니다. ‘국제시장’을 두고 논란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지만 괘념치 않고 국제시장을 보았습니다. 아내는 프레스트 검프를 떠올리더군요. 현대사를 윤덕수를 중심으로 폴어나간 이야기구조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조정래 선생님의 ‘한강’이 떠올랐습니다. 조정래의 한강이 정치적 인간을 다루었다면 윤제균의 국제시장은 가족을 다룬 점이 차이입니다. 영화를 보기전 감독의 인터뷰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선입견 없이 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치열하게 살아왔던 부모님 세대에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정치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시각까지 다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비판적 시각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제가 영화를 만든 의도를 조금만 이해하고 열린 마음에서 봐주셨으면 한다”

국제시장의 주인공은 윤덕수. 현재의 시점으로 본 윤덕수는 고집불통이고 꼰대에 가깝습니다. 남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자기만 압니다. 현재의 윤덕수를 과거의 윤덕수와 중첩해보면 이해할 구석이 무척 많습니다. 영화의 첫장면, 윤덕수의 인생에 깊게 뿌리박힌 한마디가 등장합니다. 흥남부두에서 아버지가 덕수에 한 말.

“덕수야. 너는 이제부터 가정을 책임진 가장이다. 가장이 해야 할 일은 어머니와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

가장으로써의 책임이고 책임은 곧 희생이고 인내입니다. 동생의 대학 등록금과 학비를 위해 독일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책임입니다. 여동생 결혼을 위해 베트남으로 돈을 벌려 갑니다. 겉으로 보면 동생에 대한 책임이지만 꽃분이네를 인수하기 한 돈이 필요했고 꽃분이네는 곧 아버지와 덕수를 이어주는 매개입니다. 혹 살아있을지도 모를 아버지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런 대사를 하고 아버지로부터 벗어납니다. 꽃분이네를 팝니다.

“”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

덕수에게 덕수의 인생은 없습니다. 아버지의 삶만이 있을 뿐입니다. 베트남에 가겠다는 덕수에게 부인 영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당신 인생인데, 왜 그안에 당신은 없냐구요? ”

아버지로서의 덕수는 흔히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독재자와 그 자식들에 수도 없이 써먹는 지난 시대의 미화입니다. 그렇지만 특정한 시대를 살았던 세대에 대한 헌사로 읽을 수 있지만 저는 이 세상의 아버지에 대한 헌사로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었으면 합니다. 만약 제가 같은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했다면 비슷한 선택을 했을 듯 합니다. 가족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희생하는 삶, 아버지의 삶이 아닐까요?

아버지인 덕수. 그 속에서 다른 면을 보았습니다. 이방인으로서의 덕수입니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독일 탄광에서, 베트남에서 이방인으로써 타향살이를 할 때 기억이 이방인을 이해하도록 합니다. 영화 초반 인상 깊었던 장면입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에 맞섭니다.

“오빠, 저 시끼 부산 사투리 쓴다! 하하하”
“그럼 부산 사람이 부산 말쓰지, 광주말 쓰나?”
“니가 우에 부산 사람이고, 이 깜상새끼야!”
“부산에 살면 부산 사람이다. 한국에서 살면 한국 사람이다!”
“이 시끼들, 당장 그 손모가지 놓지 몬하나!”
“이 시끼들아! 남이사 커피를 마시건 숭늉을 마시건 니들이 와 지랄병이고?”
“와 남의 나라에 일하러 오마 커피도 몬사 묵나!”

흥남출신이 부산으로 피난와서 받았던 설움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아냥에 겹칩니다.

2.
대사중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

영화는 덕수 자식들의 삶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되돌아 보죠. 아버지세대가 겪었던 풍파를 자식세대는 겪지 않나요? 해양대학 합격증을 받았지만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하여야 했던 덕수나 요즘 젋은 세대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덕수는 먼 나라의 막장으로 향했지만 현대의 덕수는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합니다. 어떤 정치인들은 지난 시간 이루어놓은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그가 만들어 놓은 유산인 현재는 그 때와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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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꽃분이네를 내려놓은 덕수가 영자와 다정히 부산 바다를 바라보는 뒷 모습입니다. 아버지에게도 청춘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고 꿈이 있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나도 늙어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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