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감원의 과도한 검사권

1.
한국금융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KB금융사태.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이해했던 KB금융 사태가 이렇게 된 과정은 간단합니다.

국민은행은 내년 7월 IBM과 주전산 시스템 계약 만료를 앞두고 유닉스로 변경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하지만 이 행장 등 경영진은 특별감사를 통해 ‘유닉스에 관한 이사회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 같은 주장이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5월 중순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하면서 KB 내분이 외부로 처음 드러났다. 이에 맞서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불공정 거래 혐의로 IBM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 같은 이 행장과 사외이사 간 불협화음은 이 행장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간 ‘힘 겨루기’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중간에 감사원이 관여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는 지난해부터 계정계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가 KB국민은행 경영진에게 유닉스 전환 비용이 낮게 책정됐으며 메인프레임 도입이 저렴하다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내분이 시작됐다. 정병기 감사 등은 유닉스 전환과 관련해 비용과 서류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등은 이사회를 지지하고 있다. 이에 이건호 은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해 금감원이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을 감사하고 있다.

금감원이 검사를 시작한 후 내놓은 검사결과입니다.

국민은행 본점에 대한 부문검사(주전산기 관련)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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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회장이 이에 반박하면서 사태가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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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해가 힘듭니다. 주전산기 교체는 회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릅니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를 놓고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유닉스 도입을 결정했던 Exture의 경우도 말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금감원이 개입한 경우는 없습니다. 비록 국민은행이 검사 요청을 했다고 하지만.

2.
금감원과 금융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검사권이 궁금합니다. 시작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중 17조 2항입니다.

제17조(금융위원회의 소관 사무) 금융위원회의 소관 사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금융에 관한 정책 및 제도에 관한 사항
2. 금융기관 감독 및 검사·제재(制裁)에 관한 사항

같은 법률 37, 38조를 보면 모든 금융기관이 검사대상입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 검사권을 행사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제37조(업무) 금융감독원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제38조 각 호의 기관의 업무 및 재산상황에 대한 검사
2. 제1호의 검사 결과와 관련하여 이 법과 또는 다른 법령에 따른 제재
3. 금융위원회와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금융위원회 소속으로 두는 기관에 대한 업무지원
4.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서 금융감독원이 수행하도록 하는 업무

제38조(검사 대상 기관)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는 기관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은행법」에 따른 인가를 받아 설립된 은행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융투자업자, 증권금융회사, 종합금융회사 및 명의개서대행회사(名義改書代行會社)
3.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회사
4.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상호저축은행과 그 중앙회
5.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른 신용협동조합 및 그 중앙회
6.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여신전문금융회사 및 겸영여신업자(兼營與信業者)
7.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농협은행
8.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신용사업부문
9. 다른 법령에서 금융감독원이 검사를 하도록 규정한 기관
10. 그 밖에 금융업 및 금융 관련 업무를 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다시 시행령을 보면 검사권이 무엇인지 자세히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40조(자료의 제출요구 등)
제41조(시정명령 및 징계요구)
제42조(임원의 해임권고 등)
제43조(영업정지 등)

금융감독원이 제정한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을 보면 검사권의 운영원칙을 추상적으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제4조(검사업무의 운영원칙) ①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는 금융기관의 건전경영을 유도하며 공정한 금융거래질서 유지와 금융거래자 보호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② 감독원장은 금융기관의 경영활동에 수반되는 각종 리스크 규모와 리스크 관리수준 등에 대한 상시감시결과를 바탕으로 검사자원을 차별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검사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③ 감독원장은 금융기관의 경영실태에 대한 분석과 평가, 임직원과의 면담 등을 통하여 금융기관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향을 제시함과 아울러 금융기관의 건의 및 애로사항을 수렴하는데 노력하여야 한다.
④ 감독원장은 금융기관 자체감사기능의 향상과 검사의 중복을 방지하며, 필요한 경우 서면검사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수검부담을 완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⑤ 감독원장은 검사업무를 실시함에 있어 금융기관 및 그 임직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추상적인 원칙일 뿐입니다. 결국 검사권은 재량권입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입니다. 검사권은 생사여탈권이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누리고 있는 권력은 검사권에서 출발합니다. 검사권과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한국금융을 좌지우지합니다. 한국금융의 현주소는 금융관료의 수준입니다. 조선일보의 분석입니다.

KB의 몰락은 취약한 지배 구조와 관치(官治), 그에 따른 내부 권력 다툼의 결과물이다. 이건호 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KB금융지주에 지속적으로 이사 자리를 요구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에 출석해 그룹 전체 의사 결정에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전임 행장들도 모두 이사회 멤버였다. 그러나 임영록 회장은 이 행장의 요청을 계속 거절했다. 이 행장이 이사회에 들어와 자신의 결정에 딴죽을 걸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은행 IT본부장 교체 문제, 부행장 인사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KB금융에선 이런 갈등이 낯설지 않다.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 시절 각자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시키기 위한 이전투구를 한 바 있다.
[한국 금융 이대론 안된다] 會長·行長은 권력싸움… 직원들은 후진국型 금융 事故중에서

이와 관련하여 조선일보가 분석한 기사들입니다.

[한국 금융 이대론 안된다] 한국 금융 ‘뒤로 달린 10년’… 가나·캄보디아에도 뒤졌다
[한국 금융 이대론 안된다] “우물 안 개구리 한국 은행들, 동반 몰락 불보듯”
[한국 금융 이대론 안된다] 금융허브·녹색금융… 정권 바뀔 때마다 ‘코드 상품’ 急造
[한국 금융 이대론 안된다] 소규모 지역 은행에 불과했던 CIMB, 이슬람 금융허브 목표로 해외시장 뚫어
[한국 금융 이대론 안된다] 해외 지점은 코리아타운用?

3.
한국 금융의 걸림돌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입니다. 과도한 인허가권과 검사권이 원인입니다. 시장의 경쟁이 들어설 자리를 막고 있습니다. 인허가권은 줄이고 검사권도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아래 칼럼의 논지에 찬성을 합니다.

금융업 발전 또한 치열한 경쟁을 통한 창조적 파괴가 아니고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견고한 울타리 안에서 후발 추격자 걱정없이 끼리끼리 잘 먹고사는데 뭐하러 혁신을 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는가. 국내 대형 은행들은 그저 좌판만 깔아놔도 연간 떨어지는 예대마진이 2조원씩 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럼에도 순익 1조원을 넘는 은행이 드문 것은 차별성 없는 쏠림영업으로 부실 털기를 반복하고 노조와 한통속이 돼 경영을 방만히하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통틀어 은행 신규설립을 무작정 막는 나라는 거의 없다. 자본과 설비, 전문인력 등 기본 요건을 갖추면 동네 은행부터 출발해 덩치를 키워나갈 기회를 열어놓는다. 현재 미국의 리딩뱅크인 웰스파고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그런 꼬마 은행으로 시작해 수십번의 인수합병을 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들 또한 후발 경쟁자들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토요일에도 점포 문을 열고 고객 밀착형 전담 서비스에 나서는 등 끊임없이 변신한다.
한국의 은행업에도 이제 새 메기를 풀어놓을 때가 됐다. 부담스럽다면 ‘저축은행→지방은행→시중은행’의 연결 물줄기를 터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기존 은행들이 몸부림치며 튼실해지고, 실물 경제도 강해질 수 있다
은행은 새로 만들면 안되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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