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두가지 기억

1.
기억 하나. 요즘 둘째가 대치동 학원에 다닙니다.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가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가 있는데 수학이 걸립니다. 노력도 하지만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네요. 그래서 서로 이야기를 해서 대치동 수학학원에서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1주일에 세번. 그중 두번은 제가 대치동으로 가서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합니다. 어떤 날 갑자기 후배가 찾아왔습니다. 근처 곱창집에서 소주를 먹었습니다. 한잔 정도로 끝내려고 했지만 한병이 되었습니다. 운전을 할 수 없어서 지하철로 갔습니다. 시간이 남아서 학동부터 대치동까지 걸었죠. 중간쯤 가니까 포스코 센터가 보입니다. 주변에 수많은 현수막으로 울타리를 친 듯 하더군요. 자세히 읽어보니 포스크 하청회사인 EG테크 노조지회장이었던 양우권씨의 사진이었습니다. 원직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살을 하셨습니다. 늦은 시간 인적도 드문 때에 외롭게 현수막만 날리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들어가서 일을 하고 싶다. 사무실은 정말 적응하기 힘들다. 감옥생활이 따로 없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이럴거면 차라리 회사를 그만 두는 게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그만두면 당장 직장도 없고. 미치겠다.”(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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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둘. 아주 오래전 군대를 다녀온 후 공장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현장 투신입니다. 노동운동을 위하여 노동자가 되는 길을 택한 때입니다. 맨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취업이 가능한 곳은 문래동 소공장이었습니다. 근처에 자취방을 구하고 철공소에 취직해서 선반을 배웠습니다. 1년을 주야를 번갈아 가면서 다녔씁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일요일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국악방송을 들었습니다. 귓가에 기분좋은 가락이 흘러나옵니다. 찾아보니까 정민아씨의 ‘사람의 순간’이었습니다. 동영상 하나를 찾았습니다. ‘友英音’공연이라고 합니다.

友英音. ‘우리들의 작은 영웅 이야기’의 약자입니다.포스콤 1% 나눔재단이 마련한 행사입니다. 작은 영웅들이 모여있는 문래동이 공영장소입니다. 취지중 일부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영웅’은 누구인가요? 거북선을 만들어 왜구를 물리친 이순신 장군? 한글을 창제해 모든 국민들에게 글을 읽고 쓸수 있도록 한 세종대왕? 물론 역사 속의 영웅들도 있지만, 포스코는 자신의 일터에서 묵묵히 땀흘리며 일하는 모든 근로자들이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이러한 영웅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저는 서로 상반된 기억입니다. 어떤 기억이 포스코의 모습일까요? 공연에 참가하신 황병기 선생님이 공연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존재는 사회를 든든히 지지해주고 있는 근로자들입니다.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저 역시 우리 사회에 일조하는 근로자이고, 이 세상의 근로자 한 분 한 분이 모두 제게는 보배로운 선배님입니다”

멀리 있는 영웅뿐 아니라 가까이 있는 작은 영웅을 존중하는 회사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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