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 중수익시장을 위주로 한 시장의 변화

1.
제목이 거창합니다만 한국 자본시장의 변화를 추적할 만한 데이타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저의 역할도 아닌 듯 합니다. 지난 몇 년동안 여의도를 짓누를 것이 구조조정이었습니다. 구조조정의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출발입니다. 금융위기가 단순히 자본시장에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고 사회경제 전체로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결과가 ‘저성장’이고 이것이 뉴노멀입니다.

이런 변화가 자본시장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보여주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LG경제연구소가 발간한 변동성 컸던 한국 주식시장, 저위험·저수익 시장으로입니다. 논문의 결론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가변동성이 낮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주가지수의 변동폭이 줄어드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변동성 하락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두드러진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우리나라 주가의 변동성은 세계에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했으나 지금은 주가 변동성이 큰 신흥시장은 물론 주가변동성이 낮다고 인식되는 선진시장 이하로 우리나라의 주가변동성이 감소했다. 주가변동성의 하락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자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나 기업의 입장에서나 리스크의 감소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변동성 하락과 함께 주가의 수익률도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투자수익률과 투자위험이 모두 낮은 저위험-저수익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변동성 하락에 비해 수익률 하락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수익률의 하락이 변동성의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의 변동성 대비 수익률 즉 위험 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샤프지수로 볼 때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세계각국 주식시장의 평균에 비해 큰 격차를 보이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가 수익률과 변동성의 하락은 우리기업들의 경영실적 하락을 반영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하락 현상이 뚜렷하다. 우리나라의 주가변동성 감소는 실물경제 활력 약화에 따른 기업의 실적부진과 동반하여 나타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인 PER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게 평가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기업의 경영성과와 미래성장성을 높게 보지 않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이었던 한국 경제와 기업의 역동성이 퇴색되고 있는 듯하다.

주가지수의 변동성 감소에 비해 개별 기업 주식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주가지수의 변동성 감소에는 개별 기업 주가 변화의 동조성이 낮아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KOSPI 지수의 변동성은 2008년 2.45%에서 2015년 0.75%까지 낮아졌지만 개별 기업 주식의 변동성(중앙값 기준)은 2008년 3.93%에서 2015년 2.92%로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는 개별기업 주식의 투자 리스크는 크게 낮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반면 개별 기업의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KOSPI 지수의 수익률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위험 대비 수익률로는 KOSPI 지수의 경우보다 더 크게 하락한 셈이 된다.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에 투자할 때 더 주의가 필요해졌으며 포트폴리오 투자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위험-저수익시장’으로 변화하였고 포트폴리오 투자가 중요함을 결론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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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런 결론은 한국을 저성장, 고령화사회로 바라보고 이에 대응하여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려고 하는 금융위원회의 구상과 맞물립니다. 자료를 살펴보면 금융위원회는 2013년부터 중위험-중수익상품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2013년 금융위원회의 연구과제가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상품 활성화 방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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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위원회가 내놓고 있는 정책들은 모두 중위험-중수익시장을 대상으로 합니다. 몇 일전 온라인자문업, 로봇투자자문 키우기?을 통해 소개한 ETF시장 발전방안도 같은 맥락입니다.

ETF

이에 앞서 10월 1일에 있었던 기자간단회 자료를 보면, 보험산업의 자산운용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FSC

10월 1일 금융개혁 「기자 간담회」개최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자산운용규제 패러다임을 현행 사전적·직접적 통제에서 사후적·간접적 감독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낡은 외국환, 파생상품 관련 자산운용규제 전면 개편하는 동시에 후순위채 발행요건을 완화하고 신종자본증권을 상시 발행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자본조달 방식을 허용할 방침이다. 리스크관리를 위해서 RBC 제도 강화 등 건전성 감독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일 방침이다.
보험산업 상품·가격 규제 확 푼다…’질적 성장’ 주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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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상으로 보면 이천년대 중반이후 속도를 무기로 파생시장에서 유동성전략으로 수익을 올렸던 모델을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상황을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려고 하면 결국 Noise Trader와의 게임이 아닌 기관투자자와의 게임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Noise trader” is a financial term introduced by Albert Kyle (1985) and Fischer Black (1986). It refers to a stock trader who lacks access to inside information and makes irrational investment decisions (De Long et al., 1990)

저는 트레이딩을 규제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규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지는지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정책을 보면, ETF시장이 가능성이 있고 기관투자자의 헷지를 위한 시장으로 파생시장도 새롭게 조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빈도매매가 등장하고 발전할 때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기장 큰 피해를 본 투자자는 기관투자자입니다. 그래서 기관투자자가 고빈도매매를 가장 반대하고 규제를 찬성합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늘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정책은 기관투자자의 비중을 늘리는 쪽입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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