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개발자들이 늙어간다

1.
증권IT가 태동한 때를 언제로 봐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지만 88년 주식자동매매시스템이 개통한 이후가 타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증권전산과 90년 초반부터 증권사 IT시스템을 개발하였던 몇 업체들이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업체들이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그렇지만 순수증권IT를 했던 회사중 상장했던 회사는 하나입니다. 그마저도 뒷문상장업체에 회사를 매각한 후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손익여부를 떠나서 상장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스몰자이언츠처럼 독특한 기업관을 가진 것도 아닌 듯 합니다.

증권IT시장은 계속 확대 성장하는 듯 하지만 증권IT 회사들은 어느 선에서 정체되어 있습니다. 성장곡선은 완만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이 쉽지 않습니다. 도전이 기회라기 보다는 위험으로 인식합니다. 3D라는 인식이 강하여 새로운 개발자들을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얼마전 전 직장 후배를 만났습니다. 두런 두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신입사원이 있는지 물어보니 없는 듯 합니다. 전 직장을 놓고 보면 전형적인 역삼각형 구조입니다. 부상이상 간부급이 많고 차장 – 과장 – 대리로 내려갈 수록 개발자가 줄어듭니다. 시작할 때 이십대중반이었던 개발자들은 벌써 사십대 중반을 넘어서 오십을 넘긴 사람도 있습니다. ?전 직장만의 모습은 아닙니다. 현재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도 신입사원 충원이 안된다고 합니다. ?증권사로 많은 개발자들이 파견근무를 나옵니다. 나이들이 어떨까요? 평균 40이지 않을까요? ?물론 증권사 IT는 다릅니다. IT회사로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로 취직하기때문에 인력이 부족할 지언정 새로운 사원들이 계속 들어옵니다. 증권IT가 ?증권사 IT 직원만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수많은 외주인력들이 함께 어울려야 운영과 진화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증권개발자들이 늙어가고 있습니다.

늙은 증권IT가 지속되면 어떤 모습이 그려질까요?
아마 IT서비스 연속성과 지속성이 문제가 될 듯 합니다. 보통 오십대를 넘기면 증권사에 파견나가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PM이면 몰라도 PL을 맡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하면 PM이나 PL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10여명 내외의 소규모 프로젝트라고 하면 다릅니다. 만약 PM으로 오십대가 들어왔는데 IT파트너가 삼십대라고 하면 서로 곤란합니다. 그렇다고 증권사 부장급이 직접 관리할 수도 없습니다. 아마 인력투입을 조정할 때 사전검열대상이 됩니다. 그렇다고 젊은(?) 층으로 팀을 꾸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이 별로 없습니다.

또다른 문제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대와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증권사 IT중 자체로 R&D를 하면서 AS-IS시스템을 운영 및 유지보수 – 제도개편등을 수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 할 수 있는 조직이 있을까요? 한 두곳은 가능하지만 대부분 불가능합니다. 바뀌는 제도를 따라가기도 벅찹니다. 그런데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증권IT회사들이 메울 수 있어야 합니다. 증권IT회사는 늙어가고 있습니다. 늙은 IT라는 말은 성장성이 줄어든 기업이라는 의미입니다. 노화가 지속되면 바로 사망만이 남습니다. 자연의 법칙이나 인간사회의 법칙이나 차이가 없습니다.양적인 성장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인재가 있지도 않습니다. 노화현상을 극복할 새로운 피가 없습니다.

증권IT가 늙어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현재 40대를 넘어선 개발자들입니다. 지금 전직을 할 수도 없습니다. 중소기업이라 통장에 쌓아둔 돈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오십 초반이 될지 아니면 중반이 될지 퇴직한 이후부터 최소 팔십까지 이십오년을 살아야 합니다. 일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 소프트웨어개발 말고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증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 하려고 해도 나이가 걸립니다. 아무도 늙어가는 개발자들을 고민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원래 그런 사회입니다. 노후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도 야근하고 있습니다.

2.
무슨 대단한 대안이 있어서 이러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습니다. 오래도록 생명력을 가질 증권회사와 대형IT서비스회사들이 외부 수혈을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앞선 기술, 동남아시아나 인도의 낮은 임금이 결합한 모델으로 시장을 메울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변화하면 북한기술과 인력이 메울 수 있습니다. 증권사의 수요가 있으니 누군가 공급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최선인지 의문이 듭니다. 다른 모습을 그릴 수 없을까 고민해 봅니다.

떠오르는 단어는 딱 하나입니다. ‘공생’, 더불어 살기.제가 증권IT를 할 때부터 꿈꾸던 소망이 있습니다.

“증권사 IT와 증권IT회사가 함께 여러가지 주제를 놓고 대화할 수 있는 모임이 있으면……”

MDDL을 조사할 때 Financial Information Services Division (FISD) / Software and Information Industry Association (SIIA)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이야기하면 소프트웨어연합회 산하조직쯤 될 듯 합니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회사들이 주축이 아닙니다.banks, brokerages, asset management and investment firms, and hedge funds; content providers including exchanges, news organizations, inter-dealer brokers, and automated trading systems; and vendors, including market data vendors, redistributors, inventory management, platform and permissioning system providers, network providers, software developers, consulting firms and other professional services 등으로 금융산업 전반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한국소프트웨어연합회는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닙니다.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선물전산협의회를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증권사 전산개발을 공동 협의해온 증권전산협의회가 증권선물전산협의회(가칭)로 재탄생한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증권과 선물 등 대고객 IT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원사를 아우르는 증권선물전산협의회가 다음 달 초 출범한다고 2일 밝혔다. ?금융투자협회는 올 3월부터 협의회 발족을 준비해왔다. 현재 증권전산협의회 기존 회원사, 일부 선물사와 협의회 구성과 역할, 출범 일정, 향후 계획 등을 논의 중이다. 다음 주부터는 전체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를 독려해나갈 방침이다.

IT가 증권산업 발전의 핵심이고 증권선물사 IT뿐 아니라 증권IT회사들까지 함께 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확대된 모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금융투자협회가 아니라면 코스콤이 대신 역할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코스콤은 이중의 역할을 합니다. 사실상 자본시장의 핵심인 KRX의 자회사로 공익성을 띄면서도 다른 증권IT회사와 경쟁을 합니다. 경쟁을 필요하지만 규모와 인력으로 볼 때 코스콤이 또다른 역할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이번 주 월요일 몇 명이 모인 술자리에서 했습니다.상대방이 직급이 낮아 별로 가능성은 없지만 진짜로 경쟁은 하더라도 서로 공생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국가의 노령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입니다. 마찬가지로 증권IT의 노령화도 역시 증권산업의 문제입니다. 금융투자협회 혹은 코스콤이든 누군가 나섰으면 합니다.저의 문제의식이 맞다고 하면.

5 Comments

  1. 이스크라

    서버 개발자는 더더욱 보기 힘듭니다. 인원을 충원하려고 해도 신입들이 안들어옵니다. 들어왔다가도 2~3개월을 못 버팁니다. 나중에 보면 어디 IDC 같은 곳에서 오퍼레이터 하고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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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흔히 중소기업주들이 말하듯이 “젋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사의 미래와 비젼을 보여주고 직원의 공감을 얻는 것은 오롯이 경영자의 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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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장석

    새로운 인재 육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것 같군요. 흥미로운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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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사실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IT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비용이고 그러면서도 최대 효과를 기대하고.

      출발점은 증권회사인데 가능할지 항상 의문입니다. 결국 아쉬운 쪽에서 바뀌어야 하지만…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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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mallake

    전자신문이 재미있는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네요. 오늘 첫기사가 제목이 이렇습니다.

    “업계 대재앙 ‘인력 가뭄’, 해법 없나]<상>갈라지고 말라붙은 SW 인력 시장 “씨가 말랐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는 만큼 중소업체는 더욱더 인력난이 커지네요. 제조업이나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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