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업가들의 정치선언문

1.
소위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중 정치에 몸 담은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오래전 신한국당 국회의원을 지낸 한글과 컴퓨터 이찬진씨부터 네띠앙 대표였던 새누리당 전하진씨 그리고 안철수씨등이 있습니다. 오늘 웹젠 이사회의장인 김병관씨가 입당선언을 했으니 숫자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무엇이 이 분들을 정치로 이끌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출마선언문으로 보면 공통으로 ‘대기업중심의 경제 비판, 청년세대의 절박함에 대한 공감, 사회적 안전망의 확보’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비전으로 다음과 같은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기업, 도전, 성공”

정치평론가 이철희씨의 인터뷰중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자질은 정치적 과정에서 숙성되고 훈련되는 것이다.

대통령을 정치인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정당은 목적이 다른 만큼 조직원리도 다릅니다. 기업은 목표를 위해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합니다. 반면 정당은 정치적 과정, 민주적 과정으로 의사를 모아야 합니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다릅니다. 올바른 시대정신을 가진 정치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적 과정을 이해한 정치인은 더욱더 중요합니다.

기업가중 성공한 정치인이 많은 나라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가가 많은 나라였으면 합니다. 오늘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김병관씨의 입당선언문입니다.

안녕하세요. 김병관입니다.

3주전, 문재인 대표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습니다. 20년 가까이 정치와 무관하게 기업에 몸담았던 사람에게 왜 영입제안을 했을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저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일까?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자랐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일해서 사업적으로도 비교적 성공했습니다. 노력과 행운이 함께했고, 무엇보다도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있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데, 흙수저와 헬조선을 한탄하는 청년에게 “노오력해보았나”를 물어선 안됩니다. 염치없는 말입니다. ‘꼰대’의 언어일 뿐입니다. 패기와 열정으로 넘을 수 없는 절벽이 청년들 앞에 있습니다. 떨어지면 죽는 절벽 앞에서, 죽을 각오로 뛰어내리라고 말해선 안 됩니다. 저는 열정으로 도전하는 청년에게, 안전그물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중후장대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와 중국 성장성 둔화 등의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국 수출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고,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세대들의 활약이 절실합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일컬어지는 문화콘텐츠산업, 바이오산업, ICT 등 기존 제조업기반의 산업구조를 넘어 새로운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비정규직문제, 청년고용문제, 청년주거문제 등 청년세대를 좌절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청년들이 역동적으로 벤처를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제도적인 준비 없이 창업만을 권장하는 현재 제도는 실패로 인한 새로운 n포세대만 양산할 뿐입니다. 창업안전망을 만드는 일 만큼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임을 자부합니다. 저의 벤처창업 및 회사경영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를 통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저는 기업인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창출의 일등공신인 기업인들이 대우받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화 시대에 많은 기업인들이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으로 많은 부를 축적해 오면서 오늘날 존경 받는 기업인들이 매우 드뭅니다. 정치를 통해, 많은 벤처기업들이 성공하고 또 존경 받는 기업인들이 많아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현재의 경제정책은 지나치게 대기업 위주로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는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각종 과세특례 제도들이, 이미 많은 것을 가진 대기업에 편중되어있습니다. 벤처창업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중소기업을 넘어서 건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대 기업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게 정치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정치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아직도 정치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습니다. 외부에 보여지는 정치는 부정부패, 정치꾼, 싸움 등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평소 모습을 아는 분들은 정치를 왜 하냐고 말립니다. 제가 그 세계에 물들까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하지만 정치는 특별한 성향의 특별한 집단의 사람들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현장에서 일했던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정치참여 소식을 듣고 중학생 아들이 부탁한 게 있습니다.지난주에 같이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오면서, Dark Side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정치인에 대한 인상이 좋지 못한 것은, 다스베이더, 카일로 렌처럼 어둠의 포스에 굴복한 정치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거기에 물들지 않고 혁신을 물들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40여년 가까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제 뒤를 돌아보고 청년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걱정해 주시는 만큼 이상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2.
다음으로 안철수씨의 대선출만 선언문과 국회의원으로 제797회 NSI 수요정책포럼(2013. 11. 13)에서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강연한 글입니다. 비교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정치를 하면서 기업, 기업가정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여전히 ‘기업가정신의 전도사’였을 때와 같네요.

안녕하십니까.안철수입니다.

저는 지난 7월말에 말씀 드린 대로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그 동안 저는 재미있는 별명도 얻었고 또 최근에는 저를 소재로 한 유머도 유행하더군요. 그동안 제 답을 기다려오신 여러 분들의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또한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기업인과 교수의 삶을 살아온 저로서는, 국가경영의 막중한 책임을 지는 결심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춘천에서 만난 어르신, 명예퇴직을 앞둔 중년의 가장,
30대의 쌍둥이 엄마와 같은 많은 이웃들을 만나 뵈었고, 각 분야에서 경륜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도 만났습니다.가능하면 조용하게 경청하고 귀를 기울였습니다.어느 한분 힘들지 않은 분들이 없었습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이 너무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고 고단한 삶의 과정에서도 그분들은 끊임없이 희망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나 자신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고 희생하고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희망을 드린 것이 아니라 제가 오히려 그분들께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제게는 스승입니다. 그 분들이 저를 한걸음 더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 분들이 제게 한결 같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국민들의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무시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절망했다” 하셨습니다.

또 한 번도 정치에 발 딛지 않은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많은 분들이 왜 제게 지지를 보내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이제 좀 정치를 다르게 해보자, 새롭게 출발해보자”는 뜻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제 역량에 대해 고민했습니다.국가의 리더라는 자리는 절대 한 개인이 영광으로 탐할 자리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저에게는 당선여부보다는 잘 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거듭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통해 답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제 제 자신 스스로에게 질문했던 답을 내어놓으려 합니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그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 저는 먼저 정치개혁은 선거과정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입니다. 선거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서로를 증오하고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나아가서는 국민을 분열시킵니다. 그렇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에서 이겨도 국민의 절반 밖에 마음을 얻지 못합니다.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된다면 다음 5년도 분열과 증오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통합과 사회문제 해결은 요원한 일일 것입니다.그래서 저는 저부터 선거과정에서의 쇄신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저는 선거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저를 지지하는 분들이 그 결과를 존중하고 같이 축하할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께 제안합니다.모두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면 어떻겠습니까?그리고 선거후에도 승리한 사람은 다른 후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패배한 사람은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여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도 같이 약속하면 어떨까요?

그래야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로 바꿔 놓을 수 있을 겁니다.누가 당선 되더라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서로 도울 수 있고 또 함께 할 수 있는 통합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정책 대결 속에서 제가 만약 당선된다면 다른 후보들의 더 나은 정책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또 경청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원하는 덧셈의 정치, 통합의 정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정치 경험도 없는데 막상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걱정을 하셨습니다.정치라는 험한 곳에 들어가 괜히 만신창이가 되지 말라고도 하셨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는 정치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습니다.

정치경험 대신 국민들께 들은 이야기를 소중하게 가지고 가겠습니다.조직과 세력 대신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빚진 게 없는 대신,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대통령 한 사람의 힘으로 5년 만에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현명한 국민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요소요소에서 각자가 역할을 하는 커다란 시스템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속에 이미 답이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습니다.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합니다.국민들의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 시스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계층 간의 이동이 차단된 사회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구조,지식산업시대에 역행하는 옛날 방식의 의사결정구조, 이와 같은 것들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습니다.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됩니다.국민들은 이제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앞으로 5년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매우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입니다.국내의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세계적인 장기불황까지 겹쳐 한꺼번에 위기적 상황이 닥쳐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제가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하고 실수도 하고 결점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하지만, 현명한 국민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답을 구하고, 지혜를 모으면 그래도 최소한 물줄기는 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시대에 힘을 합쳐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새로운 정치가 들어서야 민생경제 중심 경제가 들어섭니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합니다.지금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성장동력과 결합하는 경제혁신을 만들어야 합니다.평화체제는 역시 안보와 균형을 맞출 때 실현가능합니다. 제 정책비전과 구상의 구체적 내용은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 과정부터 국민의 생각이 하나로 모아지는 첫걸음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진심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은 두렵지 않습니다. 극복하겠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입니다. 사람의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여러분과 함께 증명하려고 합니다.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그리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여러분 저와 함께 해주십시오.그래야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의 삶이 바뀝니다. 변화의 열쇠는 바로 국민 여러분께 있습니다.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그렇습니다. 미래는 지금 우리 앞에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

중소·벤처기업이 튼튼해야 대기업도 지속가능하다

주식투자에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듯이 국가 경제도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상생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튼튼해진다. 연사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80%의 일자리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중소기업이 튼튼하게 받쳐주면 대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 대기업이 잘 나가니 중소기업에 이익을 나눠주라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과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이 존재함에 따라 수많은 중소기업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혁신의 80-90%는 중소·벤처기업에서 이뤄진다. 대기업이 혁신의 벽에 부딪혔을 때 주위에 좋은 혁신을 일으키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있다면 그 자체가 대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기업의 불공정 거래, 정부조달시장의 불투명성이 기업 발목 잡는다

중소·벤처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협소한 사업기회, 미약한 투자회수율, 낮은 성공 가능성,고 위험 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사업기회가 축소되며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대기업만 성공할 수 있다. M&A 시장이 너무 작고 IPO 시장이 투명하지 못해, 투자회수율이 부진한 것도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킨다. 중소·벤처기업 경영진의 능력이 떨어지고 기업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부실해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저해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공기업사이의 불공정 거래관행, 정부·공기업 조달시장의 불투명한 거래, 중소기업 간의 과당경쟁이 기업 성공의 발목을 잡는다.

결과위주 연구개발로는 창조경제 이룰 수 없다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지원 정책이 과거 산업화 시대에 대부분 맞춰져 있다. 산업화시대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선진국이 이뤄낸 것을 따라가는 형태의 전략을 택했다. R&D 투자 지원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남들이 이미 시도했고 성공확률이 높은, 결과 위주의 점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들을 만들어야 하며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시기가 됐다. R&D 투자 방식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시도는 실패가 따른다. 실패를 용인해야 마음 놓고 투자하고, 성공하는 기업이 나오는 법이다. 결과에 대한 감사를 하기보다 투자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책임을 묻지 말아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진정한 창조경제를 이룰 수 있다. 국가 R&D 평가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리콘밸리, 성공의 요람이 아니라 실패의 요람이다

우리나라는 기업을 창업하는데 많은 위험이 따른다. 한 조사에서 고등학생의 희망직종 1위가 공무원이었다. 젊은이들이 안정만을 추구하고 도전을 두려워한다면 국가의 장래는 암울하다.창업은 성공할 확률이 낮다. 그러나 창업을 해야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고 경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선진국들은 사회에서 위험을 분담해준다.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이다. 실리콘밸리는 성공의 요람이 아니라 실패의 요람이란 말이 있다. 잘 되는 기업이 별로 없으며 성공한 기업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업부채에 대한 대표이사 연대보증제가 있어서 기업주가 실패하면 가산을 탕진하게 된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를 개선해야 한다.

R&D 투자,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평가해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기업은 물론, 정부, 대학, 벤처 캐피탈, 금융권, 자본시장등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투자회수 처인 M&A 시장이 활성화되고 IPO 시장이 정상화돼야 한다.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은퇴한 경력자를 멘토로 활용하는등 경영진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 지원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벤처캐피탈의 기술적 전문성(지식, 비전, 믿음) 제고, 경영자로서의 경험,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이 요망된다. 연사가 방문했던 선진국의 벤처캐피탈에서는 모두 갖추고 있는 내용이다. 벤처 캐피탈은 전문가가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하며 능동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만큼 파트너십 형태의 의사결정구조가 바람직하다. R&D 투자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부터 연구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첨단·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중복과제를 허용하며 결과 평가가 아닌 과정 평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불공정 거래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 위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위반자에게는 일벌백계로 징벌적 배상을 해야 한다.

3.
성공한 벤처기업가는 아니지만 성공한 전문기업인중 정치인으로 변신한 분이 문국현씨입니다. 안철수씨와 문국현씨 모두 기업가들이 가진 함정에 빠졌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한 분은 실패했고 다른 한분은 어떤 결과를 만들지 알 수 없지만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 문국현은 오늘,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의 조국(祖國)이, 불안하고 희망 없는‘천민(賤民) 자본주의의 나라’로 갈 것인가,깨끗하고 따뜻한 ‘사람立國 번영의 나라’로나갈 것인가를 선택하는,중대한 기로(岐路)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인 문국현, 이제 정치를 시작 합니다.’

저는 지난 33년간 기업인으로서 받았던 국민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뒤로하고, 이제 ‘정치의 거친 광야(廣野)’로 나아가고자 합니다.저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조국에 대한 헌신과 봉사로 제 남은 生을 마감할 수 있다면,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힘들겠습니까.얼마 전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 그 젊은이의, 그 부모들의 절망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일자리를 만들지 못해서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는 그런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우리의 조국이, 45세에 직장에서 물러나 이후 40년을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하는 ‘위험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경제 패러다임과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 나라에 희망이 없습니다.결국 문제는 ‘정치’에 있습니다. 국가의 목표와 비전을 바로 세우고, 시스템을 새롭게 하여, 인적·물적 자원을 목표에 맞게 배분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적인 기능이라면,우리 정치는 ‘근본적으로’ 혁신되어야 합니다. 정치의 근본적 혁신 없이는 한국사회에 희망은 없습니다.

저 문국현이 이제 제 모든 것을 바쳐 ‘희망의 중심’이 되고자 합니다.‘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12년 전인 지난 95년 유한킴벌리의 최고 경영자로 취임했습니다.유한킴벌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한국기업으로 평가된 ‘사회책임기업’입니다. 한국의 대학졸업생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한국의 근로자가 일하기 좋은 직장 1위로 선정된 것은 저에게 더없는 긍지와 보람이었습니다.故 유일한 박사의 ‘신뢰경영’에 반해 입사를 결심했던 때부터 어언 33년의 세월이 청춘과 함께 꿈결처럼 흘러갔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이제 매출액 1조규모의 대기업이 되었지만 이익만 추구해온 대부분의 기업과는 다릅니다.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생명의 숲’국민운동, 그리고 평생학습, 노사상생, 윤리경영 등은 2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저는 기업인이었지만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며 ‘조용한 혁명’을 실천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윤리경영’과 ‘사회책임기업’을 향한 저의 끊임없는 도전은, ‘사회를 바꾸겠다’는 뜨거운 熱情의 産物이었습니다.

제가 노력해왔던 ‘조용한 혁명’이 이제 한국사회를 바꾸는 ‘거대한 動力’이 되기를 저는 소망합니다.저는 제가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꿈꾸셨던 것처럼 ‘문화의 힘이 드높은 나라’가 되기를 기원합니다.그 나라가 바로 ‘사람이 희망’인 ‘사람立國’입니다.중소기업과 평생학습 중심의 사람입국 만들 것 저는 1년의 삼분의 일을 외국에 머물며,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좌표를 고민해왔습니다.

제가 가장 고민해온 것은 ‘고용의 88퍼센트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릴까’하는 문제였습니다. 대기업이 불과 130만명을 고용하는데 비해, 중소기업은 2,000만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독일의 중소기업처럼 강소기업이 되려면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는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근육에 의존하는 근로자를 창조적 지식근로자인 ‘프로세스 엔지니어’로 재창조해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을 ‘지식의 무덤’이 아니라 ‘평생학습’의 場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합니다. 유한킴벌리가 IMF관리체제 당시,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단 한명도 감원하지 않고 초고속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사람을 ‘일회용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지 않겠다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람입국의 꿈’입니다.재벌중심 성장은 고용 없는 성장의 ‘가짜 경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유한킴벌리같은 ‘사회책임기업’을 향후 5년동안 10만개를 만들고 싶습니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180여개의 기업들이 유한킴벌리의 성공사례를 도입하고 있는 것처럼 이제 사람중심경영만이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힘차게 확산되고 있습니다.재벌중심의 성장은 ‘고용없는 성장’의 가짜경제입니다. ‘중소기업 大國’을 만들어야만 500만개의 평생일터를 만들어 국민들의 서러운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주장하는 ‘사람입국 진짜경제’입니다.

동북아 15억 시장을 지휘한 CEO 경험 살릴 것

저는 지난 2003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유한킴벌리의 투자자인 킴벌리 클라크 북아시아총괄대표로 취임했습니다.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15억 인구의 시장을 총괄하는 ‘동북아 CEO’로 일하면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원대한 꿈을 키워왔습니다. 러시아와 미국의 무한한 자원, 한국의 경험과 경영능력, 2,000만에 이르는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한민족의 위대한 시대’를 열어 갈 수 있습니다.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거대한 숲을 꿈꾸게 해야 합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경제 힘차게 새롭게’ 저 문국현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국정치는 이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현 정치권은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민생현안에 너무도 무기력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고백했듯이 범여권은 ‘국민의 마음을 읽는데’ 실패했습니다.한나라당은 IMF관리체제라는 국가부도위기를 초래한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환란’의 근본원인을 아직도 성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재벌중심 낡은 경제는 마치 ‘모래 위의 城‘과 같아서, 또다시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낡은 시대의 패러다임입니다. 심층여론조사를 보면 60%에 가까운 국민이 새로운 대안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대선구도는 새롭게 지각변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정치인만의 정치가 아니라, 진정으로 새로운 정치를갈구하는 국민의 염원과 요청이 문국현의 ‘힘’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치셨고, 문국현에게는 民心이라는 거대한 友軍이 있습니다.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을 이룰 것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잠든 어린 아이의 초생달 같은 손톱을 바라보면서 더없이 행복하셨던 적이 있으시지요. 우리에게는 그 자라나는 세대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어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서도 가족들이 화목하고생각이 건전한 가정이 소망스럽듯이, 우리 대한민국도 ‘부패한 졸부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보람을 가지고 사는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이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의 나라를 위해서 저는국민 여러분께 다음의 희망제안을 감히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를 위해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과 산업재해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겠습니다. 고용률, 평생학습 참여율, 여성의 고용을 OECD 일류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서민이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신도시에 시세 대비 반의 반값 수준의 아파트를 공급하겠습니다.

둘째, 보육과 교육은 정부가 반드시 책임지겠습니다. 공동주택의 1층을 공용 공간화하여 보육 및 교육시설로 활용하고, 공교육을 세계적 수준으로 강화하여 사교육비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겠습니다.

셋째, 중소기업 大國을 만들겠습니다.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고속도로와 학습고속도로를 만들어 중소기업에 글로벌 경쟁력의 날개를 달겠습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을 두 배로 올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자랑스럽게 찾아가도록 만들겠습니다.

넷째, 부패가 없고 깨끗한 신뢰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경제도 살고 良心도 사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신뢰는 경제혁신과 공정한 배분의 열쇠이며, 투명성과 법치 강화는 국가기강과 시장질서를 바로 잡는 초석입니다.

다섯째, 남북평화체제 기반위에 21세기 대한민국의 글로벌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중국을 넘어 인도까지 이어지는 환황해권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남·북한과 미·일·러시아가 함께 연계되는 환동해 경제협력 벨트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진짜경제와 가짜경제를 가려내야

국민 여러분. 다가오는 대선은, 단순히 정파간의 정권쟁탈전이 되어서는 결코 안됩니다. 가혹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을 추수하는 ‘건설 중심 가짜경제, 재벌중심 가짜경제’와,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하는 ‘사람 중심 진짜경제, 중소기업 중심 진짜경제’의 경제사회모델 중 어느 하나를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차원의 국민적 축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미래비전을 둘러싼 진정한 논쟁이 필요합니다.저는 한나라당 후보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에게 이토록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경제성장모델로 갈 것인가! 사람중심의 경제성장모델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논쟁을 정식으로 제안합니다.

국민 여러분!

문국현은 이제 흔들림 없이 ‘국민의 숲’으로 걸어갑니다. 비록 늦게 출발하지만, 국민이 있기에 외롭지 않은 ‘창조적 미래세력’의 단호한 결단입니다.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을 재창조하겠습니다. 사람이 희망이고, 사람이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
2016년 한국의 시대정신이 무엇일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불평등과 차별 해소’이 아닐까 합니다. 이를 본격적인 화두로 제시한 사설이 SNS에 회자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신년사설입니다.

오늘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망과 설렘으로 새해를 맞을까. 이 사회를 이끄는 정계, 종교계, 재계, 문화계 각 부문 지도자들은 신년사를 통해 행복한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보통 시민들도 오늘만은 힘들고 지친 삶에서 벗어나는 새해를 꿈꾸고는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새해 소망은 배신당했다. 2015년 새해 첫날의 꿈이 바로 어제 12월31일 깨졌음을 확인했듯이 2016년 12월31일도 그런 날이 되리라는 불안한 예감을 감출 수 없다.

2016년은 고립된 시간도, 미지의 시간도 아니다. 올해 어떤 일이 있을 것인가는 지난해, 그리고 지난 3년에 의해서 좌우될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 이래 8년간 반복된 것을 다시 목격하는 해가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새해 첫날을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러기에는 우리의 희망이 너무 닳아 버렸다. 사회의 균형을 무너뜨린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시대도 오늘의 한국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더 멀리는, 민주화 이후 28년간 이 사회를 규율했던 질서도 2016년에 영향을 미친다.

새해에 계속될 고통들은 이렇게 켜켜이 쌓인 과거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새해란 저 깊은 지층 위에 얹혀진 작은 돌멩이와 같은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여러 번의 정권 교체에도 하나의 경로를 따라갔다. 돌멩이 하나 치운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놀랄 것 없다. 새해에 목격될 고통들은 1년 전, 3년 전, 8년 전, 28년 전부터 이중삼중으로 겹쳐지면서 단단히 굳어진 하나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그 모순이란 이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져버린 바로 그것, 불평등이다.

불평등은 어떤 지표로도 가릴 수 없는 한국의 실상이다. 최상위층 1%의 부는 전체 부의 18%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30대 그룹 상장사 임원 연봉은 직원 평균 연봉의 10.8배이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은 25.1%이다. 남녀 임금차, 노인 빈곤율은 OECD 34개국 중 1위이다.

대로에서 남이 버린 박스를 가득 실은 채 위태롭게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을 본 일이 있는가. 그런 이들이 왜 점점 더 자주 눈에 띌까 하고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왜 내 주변의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있는가. 그게 내 주변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주변 젊은이들이 대개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보고 듣는 일상 경험들이 사실은 지표보다 더 생생하게 불평등한 세상을 증언해 준다.

왜 거리에 가련한 청춘들이 저렇게 넘쳐나는지 더 이상 묻지 말자. 우리는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청년 문제가 아니다. 노인이 가난에 허덕인다고 노인 문제가 아닌 것과 같다. 사회로 처음 진입하는 좁은 문 앞에 저들끼리 부대끼는 청춘들의 아우성이 노인 때문이 아니듯, 노인의 절반이 가난한 것 역시 청년 때문이 아니다. 부자는 부자를 낳고, 가난은 가난을 낳는 세습 사회에서 빈부 격차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부모의 부를 대물림하지 못한 불운한 이들은 어느 세대에 속하든 사회 밑바닥에서 평생 힘겨운 삶을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흔히 세대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과 같은 여러 갈등이 혼재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 모두 빈부갈등, 즉 불평등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갈등들이 과잉 부각된 것은 많은 경우 불평등 문제를 가리기 위해 정치적으로 동원한 결과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식으로도 은폐되지 않을 만큼 불평등은 심각해졌다.

불평등은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기회를 앗아간다. 불평등은 중소기업 종사자, 여성, 지방 출신, 비정규직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지만 더 적은 기회를 준다. 희망은 바닥나고 있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고, 계층 유동성을 막고, 사회 갈등을 조장,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건강, 인간의 자존감도 해친다. 균형을 잃은 채 늙고 병들어 가는 한국 사회와 경제에 필요한 활력을 빼앗아 간다. 보수적 관점에서도 한국이 비효율적인 사회가 되었다면 그것 역시 불평등 때문이다.

민주화는 우리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그 자유의 뒤에 도사리던 불평등의 위험성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주기적인 선거, 정권 교체 가능성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국가가 후원하는 시장의 자유가 이 사회에 소득 격차, 사회 양극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불러낼 때도 우리는 방심했다. 그 대가로 우리는 불평등해졌고 이제 그 불평등이 자유까지 제약하고 있다. 이런 나라가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곳일 수 없다. 이제 한국은 호모 사피엔스가 서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 되었다.

이런 절망감은 불평등이란 지층의 무게에 짓눌린 한국 사회를 하루아침에 구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욱 깊어진다. 이게 한국 사회 앞에 가로 놓인 진짜 현실이다. 불평등의 정도가 너무 심하면 불평등에 대한 인내심도 커진다. 절망과 체념 때문이다. 불평등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야 불평등을 관용하는 정도 또한 낮아진다. 불평등의 역설이다. 한국은 어느 쪽인가. 요즘 시민들은 각자도생하고 있다. 불평등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서로 경쟁한다. 정부는 탈규제, 민영화, 감세, 재벌 중심 성장과 같은 불평등 확대 정책을 지속한다. 기우뚱한 이 사회를 바로잡을 분배 정책과 재분배 제도에 무관심하다. 정치는 거대 양당 체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 안주한 채 소외된 서민의 목소리를 배제한다. 지속적인 투표율 하락이 말해주듯 시민들도 점차 정치로부터 떠나고 있다. 체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15년은 헬조선이니 금수저 흙수저니 하는 우울한 언어가 횡행한 해였다. 지속 가능성을 잃어가는 사회 현실을 걱정한다는 뜻이다. 청년 실업,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시민들이 다 포기한 채 무조건 참고 견디기로 마음먹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체념과 거부의 경계선에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정치가 다시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불평등은 정치의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냐에 따라 불평등 완화의 길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지금 한국 정치가 바로 그런 갈림길에 있다. 낙관적이지는 않다. 그동안 정치는 불평등 해소에 전력투구하지 않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불평등 체제를 재생산했다. 이런 체제는 민주주의라기보다 소수가 지배하는 과두 체제라 해야 옳다.

민주주의는 1인 1표라는 평등의 원리에 기반을 둔다. 반면 시장은 1원 1표의 논리를 따른다. 가진 만큼 권리가 부가되는 것이다. 이는 시장을 우상화할 경우 민주주의가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걸 막는 게 정치의 과업이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시장이 초래하는 불균형을 바로잡는 능동적 역할을 해야 할 주체가 바로 정치이고, 정당이고 정부다.

4월 총선을 한다. 총선은 불평등을 바로잡고 모두 승리하는 길로 갈지 시험하는 무대다. 오랜 시간 축적된 불평등은 어느 한쪽의 역량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난적이다. 만일 이 싸움에서 진다면 패자는 우리 모두가 될 것이다. 총선이 정치의 실패를 확인하는 마당이 아니라, 정치의 비전을 펼치는 장이 되려면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모두의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특히 집권세력의 역할이 중요하다. 집권세력은 광복 70년을 자랑스러운 승리의 역사로 인식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승리자의 관점을 반영하려고 한다. 집권세력이 70년의 역사를 이끈 주체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 70년이 남긴 그늘인 불평등 체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래리 바텔스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수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에게 투표한 보수주의자다. 그러나 그는 <불평등 민주주의>라는 저서를 통해 미국이 공화당 정권 때 더 불평등해진 사실을 규명, 보수의 각성을 촉구했다.

불평등에서 탈출하고자 한다면 그 첫걸음은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 다음 불평등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거부의 자세, 불평등이 초래한 문제와 맞서 싸우겠다는 열정, 의지가 필요하다. 한국이 불평등에 패배하는 위기의 순간은 불평등이 해소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퍼질 때이다. 불평등에 익숙해지고 그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때이다. 불평등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이 땅에 사는 이들의 삶을 억압하는 명백한 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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