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가 본 한국핀테크의 문제

1.
에스티마. 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도 운영하지만 스타트업 전도사로써 유명한 분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겨레신문에 연재하였던 칼럼을 통해 접했던 분입니다. 미국의 경험으로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는 혜안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글이 기억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다양한 의견에서 나온다. 회의석상에서 윗사람이 권위로 아랫사람을 짓눌러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나온 아이디어가 발전하기도 어렵다. 여러 사람이 모인 ‘팀’의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회의실에서 권위주의를 몰아내고 모두가 평등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북돋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평등한 토론에서 나오는 혁신중에서

최근 에스티마님이 스타트업을 주제로 쓴 몇 개의 칼럼을 읽었습니다. 특히 저도 관심이 많은 핀테크를 다루고 있어서 관심이 더 컸습니다.

먼저 왜 한국에는 혁신적 스타트업이 쉽게 등장하지 못할까입니다. 공감을 하였던 첫번째 분석입니다.

네거티브형의 미국 규제, 포지티브형의 한국 규제

미국의 도로에서는 아무 교차로에서나 유턴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유턴을 할 수 없는 곳에만 금지 표시가 있다. 규제 시스템도 비슷하다. 안 되는 것(Negative)만 표시해놓고 규제 대상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자유롭게 해봐도 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하는 기업이 많이 나온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도로에서는 유턴은 일단 안 된다. 오직 허용되는 곳에만 표지판이 있을 뿐이다. 규제 시스템도 비슷하다. 허용되는 것만 촘촘하게 규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곳에 없는 것을 하면 무조건 위법이다. 규제에 걸릴 것 같더라도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으면 우버처럼 일단 질러보는 미국의 스타트업들과는 달리, 한국의 스타트업은 시작하기도 전에 법령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사후규제가 아니고 사전규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법률지식에 해박하다. 제품 개발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라든지, 전자금융거래법 몇 조 몇 항을 외울 정도로 해박하게 알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서 놀라기도 했다. 이런 꼼꼼한 규제는 창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그리고 결국 그들을 좌절시키고 포기하게 만든다.

핀테크도 똑같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네가티브규제를 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포지티브규제입니다. 어떤 상상력을 현실화하고자 할 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가 종이처럼 날아갑니다. 왜 미국과 다른 규제시스템이 만들어졌을까요?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금융시스템과 시장에 의해 만들어진 금융시스템이라는 본질적인 차이가 출발입니다. 더불어 인허가로 기득권을 확보한 시장참여자들은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이를 위해 일정한 규제를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들이 참여한 핀테크는 인정하지만 금융회사가 참여하지 않는 핀테크는 배제합니다.

두번째 공감은 스타트업의 생태계입니다.

아웃소싱 문화의 미국, 전부 내부에서 직접 해야 하는 한국

미국 기업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핵심 비즈니스에만 집중한다. 그렇지 않은 것은 주저 없이 외부 기업의 제품을 사서 쓴다. 예컨대 HP 같은 대기업도 사내 인사관리 시스템으로 <워크데이>라는 외부 기업의 인사관리 소프트웨어를 계약해서 쓴다.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 쓰지 않는다. 핵심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런 풍토가 뛰어난 역량을 지닌 외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어떤가. 외부 회사의 제품을 쓰지 않는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그룹 내 계열 IT 회사를 시켜 직접 제작하거나 하청을 줘서 만들어서 쓴다. 최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져다 쓰기보다는 좀 품질이 떨어져도 내부 계열사의 것을 우선해서 쓴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역량 있는 독립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클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삼성전자는 2015년이 되기까지도 문서 작성을 하는 데 내부에서 만든 훈민정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했다.

해외 핀테크를 보면서 스타트업의 협력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한국 핀테크중 스타트업들이 생태계를 만든 곳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재무적으로 연결한 옐로파이낸스그룹의 사례가 협력을 통한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이와 관련한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몇 곳에 협력을 제안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대부분 금융회사와의 협력을 우선시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또 하나 작은 시장도 협력을 부정하게 합니다. 국내시장을 위해 만든 핀테크서비스로 해외시장을 진출하려면 새로운 투자를 하여야 합니다. 환경이 다릅니다. 결국 국내시장만을 놓고 수익성을 따져야 합니다.

2.
두번째 글은 우버 경쟁 서비스가 한국에서 못 나오는 이유입니다. 우버를 사례로 규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우버와 경쟁하는 로컬 강자들도 생겨났다. 미국의 리프트, 비아, 중국의 디디콰이디,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 유럽의 블라블라카, 라틴아메리카의 캐비파이 등이다. 최근 <블룸버그>는 우버의 중국 라이벌인 디디콰이디의 기업가치가 무려 30조원에 달하고 2조3000억원을 투자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스타트업 네 곳(우버·샤오미·에어비앤비·디디콰이디) 가운데 2개가 승차 공유 서비스다. 그런데도 계속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서 우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메신저 바이버를 일본의 라쿠텐에 1조원에 매각한 이스라엘 창업가 탈몬 마르코는 주노(Juno)라는 승차 공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곧 뉴욕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세계 곳곳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생겨나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데 한국만 엄격한 규제로 인해 진공상태다. 콜버스 등 비슷한 서비스를 해보려는 스타트업은 각종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고전 중이다. 위기에 처한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이나 해운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 지원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승차 공유 비즈니스도 미래 산업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웬만하면 규제를 풀고 허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대로 몇 년 동안 글로벌 공룡 서비스들이 다 자리를 잡고 나면 한국 업체가 끼어들 틈이 없어질지 모른다.

이와 비슷한 시각으로 쓴 한겨레칼럼이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핑크색 콧수염 장식을 단 차들을 만났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에 가입한 차들이다. 자신의 차를 가지고 리프트 운전사로 등록해서 통과가 되면 원하는 시간에 마치 택시처럼 운행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은 리프트 앱으로 차를 불러서 이용하고 돈은 앱으로 내면 된다. 실제로 이용해 봤는데 쉽게 차를 잡고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900억 가까운 돈을 투자받아 미국 20여개 도시로 확장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월 기본안전규정과 보험규정만 제대로 따른다면 이런 승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한 신문의 기자와 이 모델이 한국에서도 될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겁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걸릴 것이고 또 어떤 다른 규제 이슈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규제만 없다면 될 텐데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한 홍콩 투자자를 만났다. 한국 인터넷회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 인터넷회사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 인터넷회사에 비해서 저평가되어 있다. 나와 같은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인터넷회사에 투자하는 데서 가장 망설여지는 것이 한국 정부의 규제다.” 그는 “한국 사람이 온라인쇼핑을 하는 것을 봤는데 아이디, 패스워드 넣고 신용카드번호, 주소 등을 매번 다시 입력하는 것을 봤다”며 “너무 복잡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당신도 알다시피 전세계 어디 가도 아이디, 패스워드 넣고 미리 입력해둔 카드번호 선택하고 보안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끝난다. 한국이 이제는 다른 어떤 나라도 쓰지 않는 액티브엑스까지 포함해서 이렇게 복잡하게 결제시스템을 만든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고 물어봤다.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이어서 “중국 정부가 인터넷산업을 규제할 것 같지? 아니다. 거의 통제가 없다. 콘텐츠 검열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업계가 다 자유롭게 알아서 한다. 그래서 엄청나게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는 중국에 가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이용해 현금 없이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타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한국 인터넷회사들도 자기가 보기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쓸데없는 규제 이슈에 발목을 잡혀서 제 실력 발휘도 못하고 글로벌 진출도 안 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2007년 아이폰이 열어젖힌 스마트폰혁명이 이제는 모든 산업에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더는 낡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장애물이 우리의 상상력을 위축시킨다. 그리고 항상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중에서

Ride-Sharing Service. 생소한 서비스라 몇 가지를 찾아보았습니다. 프랑스의 Blablacar입니다. 유사택시업으로 택시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받았던 우버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설명한 기사입니다. Ride-Sharing이지만 Carpool이라고 합니다.

Blablacar’s business model is very different to Uber’s for two reasons.

The first difference is that people using the service are going to the same place. The driver is travelling to the destination anyway. Whether you come or not. Uber is more of a taxi app. The driver is taking you where you need to go.

The second is that drivers are not allowed to profit from this service. They can only share costs. No profit equals no tax, regulation or insurance problems.

This is the reason why the company has avoided much of the controversy that has surrounded Uber.

미국과 유럽의 규제가 다릅니다. 추측해보면 유럽이 좀더 택시노동자의 보호에 방점을 둔 규제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The difference with the United States

In Europe, it’s wise for companies facilitating ride-sharing to ensure that drivers don’t actually make a profit from accepting paying passengers, lest they want to enter murky regulatory territory.

Drivers are instead encouraged to merely offset their costs – the focus is squarely on helping both drivers and passengers save money by sharing a ride for a certain trip.

This is where BlaBlaCar and Carpooling.com differ most from the likes of U.S.-based Sidecar and Lyft, which are considered for-profit ‘transportation network companies’ or TNCs.

It’s also the reason why Carpooling.com and BlaBlaCar have focused mostly on growth in Europe and haven’t really made the jump to the United States yet – although both companies say that might change in the future.
Ride-sharing has arrived in Europe, and the race is on between BlaBlaCar and Carpooling.com중에서

발상의 전환이나 혁신은 규제내에서 가능할 수 있습니다. 100%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비즈니스는 없습니다. 규제 또한 비즈니스의 일부이기때문입니다. 굳이 해외사례를 조사한 이유는 창의성을 막는 것중 하나가 규제이지만 규제 완화만이 해답은 아니기때문입니다. 필요한 규제도 있습니다. 소비자 보호, 사회적 약자 보호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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