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전쟁

1.
자본시장IT와 관련한 일을 하니까 저를 잘 아는 분들이 하는 질문중 하나가 있습니다.

“반자본주의자가 어떻게 가장 자본주의적인 일을 하느냐?(^^)”

맞습니다. 자본시장을 보면 가장 자본주의적입니다. 약육강식입니다. 경제학자, 기업가 혹은 금융회사들이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저는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기본 논리는 자본의 크기=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도박과 유사합니다. 이런 시각을 반영한 글입니다.

고스톱과 트레이딩
도박, 사기와 투자사이

그래서 전직 도박사였던 이태혁씨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 전직 갬블러라면서 증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도박과 주식이 어떻게 연결되나.
“내 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남의 돈을 먹는 행위는 모두 도박이다. 나는 주식이 포커나 바카라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개미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가 누구인지 잘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주식이 도박보다 더 언페어(unfair)한 게임이다.”- 게임엔 누군가 상대가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머니게임의 상대는 누구인가.
“포커에서 52장의 카드로 조합할 수 있는 패가 252만 가지가 넘는다. 그것을 다 알아도 상대가 들고 있는 카드를 모르면 질 수밖에 없다. 내 카드보다는 상대방의 카드가 더 중요하다. 주식 역시 내가 산 주식보다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집단이 가진 주식이 더 중요하다. 개미 투자자 입장에선 특정 세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측하고 거기에 편승하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는 거기에 명분을 부여하려고 펀더멘털이 어떻고, 기업 가치가 어떻고, 올해 실적이 어떻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신동흔의 휴먼 카페] 프로 도박사에서 증권방송 진행자로… ‘카지노 키드’ 이태혁중에서

알고리즘을 이야기하면서 도박으로 시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트레이딩을 하지 않습니다. 경험이 없으므로 다른 방식으로 이해합니다. 간접 경험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글로 읽으면서 이미지를 만들어 봅니다. 어떤 전략이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요? 마켓메이킹, 통계적 차익거래, 페어트레이딩, 기타등등 이곳저곳에서 언급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고스톱에 비유하여 이야기를 해보죠. 저같은 초보자는 패를 받으면 “내가 무엇을 할지”를 먼저 정합니다. 예를 들어 ‘고도리’를 위한 화투중 매화와 흑싸리를 들었다고 가정하면 매화와 흑싸리를 온전히 내 것으로하고 팔월공산을 가져와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광’으로 점수를 내려 합니다. 다른 사람은 ‘홍단’으로 점수를 내려 합니다. 이제 깔린 패를 보면서 내가 하려고 한 것을 하려고 합니다. 화투가 한장씩 나오고 들어갈 때마다 경우수가 달라집니다. 나의 전략=알고리즘이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 타인의 전략이 나에게 영향을 줍니다. 이런 상관관계를 잘 알고 상대편의 들고 있는 패와 전략을 이해하고 또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 내면 고수입니다. 반대로 내 패만 보면 하수입니다. 이것은 전투입니다. 전쟁은 한두번의 전투가 아닙니다. 몇 시간에 걸쳐 수 십번을 하기도 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보급입니다. ‘판돈’입니다. 판돈은 전략에 따라 순간순간 판단을 하여야 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줍니다. 많아도 영향을 받지만 적어도 영향을 받습니다.

제가 이해할 때 트레이딩을 잘 하려면 큰 흐름을 이해하고 흐름을 거스르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전제로 하면 보급이 훌륭해야 하고 시장안에 있는 주요 세력들의 움직임 – 단지 외국인이 아닌 – 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있고 이를 합친 전략이 나와야 합니다. 내가 든 패뿐 아니라 남이 든 패도 예상하고 깔린 패도 읽을 수 있는 눈=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ELW스캘퍼로 떠들썩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규정이 바뀌기 전 ELW시장은 주요세력 = LP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트레이더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특정조건이면 패를 내도록 했는 게임 규칙때문입니다. 고도리와 트레이딩은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낸 놈이 가져갑니다. 다만 차이가 있습니다. 트레이딩은 먹는 순서는 정해져있지만 내는 순서는 없습니다. 빨리 내면 먹습니다. 그래서 Latency경쟁을 했습니다.

2.
자동매매서비스를 하고 있기때문에 이런저런 분들을 뵙습니다. 그 분들중 가장 인상깊었던 분은 후배쯤 되는 개발자입니다. 개발과 관련한 대화를 하던 중 재미난 이야기를 하더군요. 옵션전략을 위하여 옵션 체결, 호가데이타, 주식 체결 및 호가데이타를 놓고 주말마다 밤 새면서 분석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분석을 왜 하는지 아시죠?

앞서 고스톱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랜 동안 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트레이딩 경험을 가진 분이라면 손매매를 하더라도 나름의 전략이 있을 듯 합니다. 자동매매를 하려면 전략을 수치화하여 알고리즘으로 표현하여야 합니다. 손매매라고 하더라도 시스템적인 트레이딩을 했다고 하면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트레이더의 경험과 판단이 자주 개입하는 전략은 논리화를 하다보면 단순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컴퓨터에 비해 느리지만 아주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합니다. 시장에 대한 반응(Sensor)과 영향(Effect)을 다양하게 분석하지만 수치화한 알고리즘은 정해진 틀에서만 움직입니다. 들인 노력이 작을 경우 아주 단순한 지표만을 반영한 알고리즘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시장에 대한 분석이 깊고 다양하면 좋습니다. 시장의 흐름을 담은 정보가 무엇일까요?
세계경제의 흐름, 한국경제의 흐름 및 기업(기초자산)의 가치 등이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경제의 큰 흐름을 분석하기 위해 영국의 어떤 회사는 과학자들을 동원하여 몇 백년전 데이타까지 모아서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들이 다 HFT와 같은 Short Term Trading을 할 때 역발상으로 Long Term Trading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Long이 우리가 알고 있는 Long이 아닌 문명사적 흐름과 같은 개념으로 트레이딩전략을 만든다고 합니다. 단기적인 변동은 시장내의 참여자들이 결정합니다. 시장 참여자의 반응과 영향을 담은 데이타가 틱데이타라고 생각합니다. 틱데이타를 분석한다는 것은 합법적으로 남의 패를 본다는 것입니다. 해외거래소처럼 개별호가정보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좀더 실체에 가깝게 시장내 참여자들의 전략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거래소는 호가잔량정보만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거래하고자 하는 종목, 해당하는 종목의 기초자산 자료, 외국인이나 기관관련 정보 등을 교차분석하여야 합니다. 틱데이타를 분석하는데 들이는 노력이 큰 만큼 전략의 경쟁력은 더 커집니다.

주말 3일을 온통 시세분석에 쏟는다고 한 트레이더의 수익률이 궁금하죠? 금년도 영업일 기준으로손실을 본 날이 다섯손가락안이라고 합니다.

3.
“퀀트의 미래는 트레이딩이다”라고 한 황현철씨와 알고리즘을 놓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성공적인 매매전략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ZeroAOS가 알고리즘트레이딩을 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시스템이므로 어떤 그림인지 궁금했습니다. 큰 줄기가 있으면 줄기를 보완하기 위한 잔가지들이 있고 다시 잔가지들을 보충하는 잎이 있는 큰 나무와 같았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Tradestation이나 Multichart가 제공하는 Easylanguage로 짠 전략이 있습니다. 어떤 전략은 100줄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어떤 전략은 10,000줄이 넘어갑니다. 이런 차이를 느꼈습니다. 코드의 길이가 전략의 경쟁력을 말하지는 않지만 한두줄의 코드로 돈을 버는 전략은 없으므로 길이의 차이는 경쟁력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나는 퀀트다2’에서 황현철씨가 ‘Quantitative and High Frequency Trading in Global Market’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결론은 전략입니다. 덧붙여 마지막에 이런 글귀를 남겼습니다.

“Creative & adventurous but consistent & tremendous amount of efforts necessary”

그러면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출발해야 할까요? 어떤 트레이더가 술자리에서 한 말을 소개합니다.

“Tradestation으로 일정한 수익을 내고 있는 전략이 있죠. Tradestation으로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는 것을 쉽지 않을 듯 하네요. 그래서 새로운 틀을 만들려고 합니다. 다만 시작은 이미 검증된 것을 토대로 할 생각입니다. 우선 수익을 내야 시간을 가지고 변화한 환경에 맞는 전략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트레이딩은 수익을 전제로 합니다. 수익이 없으면 망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비즈니스를 하는 주체가 살아야 가능합니다. 대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박이 모여서 대박을 이룹니다. 작지만 유지가능한 전략이 있어야 큰 이익을 보는 전략을 만들어냅니다.

트레이딩은 비즈니스입니다. 트레이딩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존해야 합니다. ELW제도가 바뀌었다고 ELW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Getco가 있습니다. 얼마전 대표이사를 새롭게 지명하였습니다. HFT방식의 마켓메이킹전략을 수정한다고 합니다. 규제와 제도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고 합니다.

A more open approach also will help advance Getco’s efforts to diversify into new lines of business and set the stage for an eventual public offering. The company is trying to develop businesses that depend less on trading volumes, which have declined in recent years, hurting its market-making operation. Mr. Coleman originally was hired to oversee a new business selling Getco’s trading execution services to mutual funds and other large institutional investors.
Quiet giant Getco opens up중에서

돈을 벌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트레이딩비즈니스를 한다는 생각으로 알고리즘전쟁에 나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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