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공표와 정보사업 그리고 IT

1.
너무 더워서 잡 생각을 합니다. 집중이 힘들어 딴 짓을 해봅니다.

우연히 본 글입니다. 제가 대학시절때 입니다. 한국자본시장에 처음으로 IT를 도입할 때의 모습니다.

국내 증시에 전산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79년 7월 2일이다.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명동시대를 접고 여의도로 이전해 개장한 날이다. 이날 한국거래소 내 증권거래소시장 벽면엔 대형 전자 시세게시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 국내 증시에 전산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79년 7월 2일이다.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명동시대를 접고 여의도로 이전해 개장한 날이다. 이날 한국거래소 내 증권거래소시장 벽면엔 대형 전자 시세게시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의 증권 거래 방식은 증권거래소 객장 곳곳에 설치된 매매대(포스트)에서 호가표에 매매 금액과 수량을 적어내면 거래소 직원이 이를 순서대로 접수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포스트매매 방식이었다. 이렇게 체결된 거래 정보를 중앙 게시판에 전달하면 사람이 일일이 매매금액, 수량을 시세게시판에 적어 넣었다. 처음엔 백묵으로 수기(手記)하다가 1975년 이후엔 자석을 이용한 숫자판으로 대체했다.

이렇다 보니 포스트에서 체결된 거래 정보가 중앙 게시판을 통해 공지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전자 시세게시판이 도입되면서 각 매매대에 단말기가 설치되고 주식 거래 정보가 중앙의 전자 시세게시판에 기록됐다. 시차(時差)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다.

1970년대 들어 증권 거래량이 급속히 늘자 정부는 1973년부터 증권업무 전산화에 착수했다. 증권거래소 산하에 한국증권전산(현 코스콤)을 설립하고, 1978년에는 한국증권전산 소속 프로그래머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메인컴퓨터 구매업체인 미국 스페리사 엔지니어 3명의 지원을 받아 시스템 개발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증권거래소의 여의도 이전에 맞춰 전자 시세게시판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거래됐던 전체 주식 종목 수는 768개였다.

최초의 증시 전산화작업은 수작업으로 체결된 주식매매 정보를 온라인으로 게시하는 수준이었다.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주식거래 전체를 전산관리 하기까지는 약 10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1988년 3월 21개 종목에 대해 전산 매매가 처음 이뤄졌다. 전 종목에 대한 전산 매매가 가능해진 것은 1997년 9월에 이르러서다.

2.
지금의 기준으로 자본시장과 거래소 및 IT를 보면 한국거래소가 IT를 지원하는 라오스나 캄보디아와 같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걸음마 시절이 있었기때문에 오늘이 있습니다. 규정도 마찬가지일까요? 시세공표와 관련한 조항은 어떨까요?

한국에 증권거래법은 제정된 해는 1962년입니다. 이 때부터 시세공표와 관련한 조항이 있었습니다. 제정시 조항입니다.

第89條(時勢公表) 證券去來所는 閣令의 定하는 바에 依하여 그 開設하는 有價證券市場에서의 有價證券 每日의 賣買去來額과 그 成立價格을 그 有價證券市場에 揭示하고 每日의 最高最低와 最終價格을 表示하는 時勢表를 公表하여야 한다.

그리고 1982년에 개정하였습니다.

第103條(時勢公表) 證券去來所는 大統領令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有價證券市場에서의 有價證券의 每日의 賣買去來量 및 그 成立價格과 最高·最低 및 最終價格을 표시하는 時勢를 公表하여야 한다. <개정 1982.3.29>

그리고 2007년 제정한 자본시장법 조항입니다.

제401조(시세의 공표) 거래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의 시세(전자증권중개회사가 상장주권의 매매를 중개함에 있어서 형성된 시세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공표하여야 한다.
1. 증권의 매일의 매매거래량 및 그 성립가격과 최고·최저 및 최종가격
2. 장내파생상품의 종목별 매일의 총거래량, 최초·최고·최저 및 최종거래 성립가격 또는 약정수치
3. 그 밖에 시세의 공정한 형성 및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세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세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최초 증권거래법을 만들었던 1962년에서 50년이 지난 2012년 시세공표와 관련한 조항은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50년동안 시세는 법적인 감독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변화가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한국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및 코스닥을 모아서 만든 법입니다. 가장 먼저 설립한 기관은 한국증권거래소입니다. 한국증권거래소의 정관중 업무를 살펴보죠.

제6조(업무) ①거래소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 각호의 업무를 행한다.
1. 시장의 개설업무(본호개정 97.4.16)
2. 유가증권의 매매거래에 관한 업무(본호신설 97.4.16)
3. 유가증권의 상장에 관한 업무(본호신설 97.4.16)
4. 상장법인의 공시에 관한 업무(본호신설 97.4.16)
5. 회원의 감리에 관한 업무(본호신설 97.4.16)
6. 유가증권의 경매업무
7. 시장에서의 매매거래와 관련한 분쟁의 자율조정에 관한 업무(본호신설 2001.3.31)
8. 시장의 개설에 수반되는 부대업무
9. 부동산임대업무(본호신설 99.3.5)
10. 정보판매업무(본호신설 99.3.5)
11. 기타 다른 법령의 위탁에 의한 업무(본호신설 2000.8.22)

현재 쟁점인 정보판매업무를 99년 3월에 추가하였습니다. 앞서 자본시장 IT의 태동기와 맞물려 해석을 하면 97년 전 종목에 대한 전자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전자적인 시세공표를 생각했고 이를 99년 정관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코스콤은 90년대 초반부터 실시간 시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시세공표의 의무를 지켜야할 기관은 한국(증권)거래소입니다. 증권거래법이든 자본시장법이든 실시간 시세를 공표할 의무는 없습니다. 법 규정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증권시장지이면 충분합니다. 따라서 법적인 규정을 놓고 보면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의 실시간시세정보서비스는 부가서비스입니다.

1962년 시세공표규정은 한국자본시장의 상황을 담은 조항이지만 2012년 시세공표규정은 한참 시세에 뒤떨어진 규정입니다. 어찌보면 증권사나 투자자나 불필요한 가격으로 시세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출발는 50년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시세공표’규정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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