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웨이와 토참문화

1.
15개월에 걸친 신한은행 IBMS프로젝트가 막을 내린다고 합니다. 목표로 했던 업무범위와 개발기간을 만족시키고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듯 해서 12개월동안 함께 했던 사람으로 무척이나 기쁩니다.? 더구나 반년이상 앞서 시작하였던 모은행의 CMBS프로젝트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면서도 아직 끝내지 못한 점을 볼 때 주사업자인 LG-CNS나 협력업체들이 너무너무 고생했고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의 프로젝트가 그렇지만 IBMS프로젝트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어떤 점은 이해가 되지만 어떤 점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점을 볼 때 “왜 그런가?”는 의문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의문에 대한 답을 ‘신한웨이’와 ‘토참문화’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2.
신한웨이(The Shinhan Way). 저는 이 말을 금년 5월쯤 사무실 한켠에 돌아 다니는 ‘대한민국 은행을 바꾼 신한은행 방식’이라는 책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여기에 있는 신한웨이를 신상훈 전 행장은 이렇게 요약합니다.

?정교수님이 분석한 바로는 ‘신한은행은 진실로 고객을 중시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신한은행은 1982년에 출범을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은행원들이 불친절했는데 신한은행 직원들이 워낙 친절하니까 고객들이 처음엔 놀라서 그냥 나가버리기도 했습니다. 저희 은행이 처음으로 소비자들의 금융 주권을 되찾아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또 한 가지 잘 했던 일이 커미션 문화를 없앤 것입니다. 그 당시 주택자금대출을 받을 때 기본으로 3%를 당연히 커미션을 냈는데, 저희가 그것을 과감히 없앴고, 대신 직원들의 월급을 30% 인상해 주었습니다. 요즘은 은행들마다 서비스에 큰 차이가 없어요. 요즘은 직원이 조금만 잘못해도, 민원이 들어오니까요. 이제는 서비스가 아닌 ‘어떻게 하면 차별화를 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

두 번째, 현장중시를 많이 해온 것도 기여를 했죠.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중시로써 이끌어 온 것입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천황 직속의 육해군 최고 통수기관이었던 대본영에는, 일본 군부내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었지만 이들은 현장의 정보와 보고보다는, 대본영의 명령을 더 우선했답니다. 이런 본부의 독선적인 전략 입안이, 결국 일본군을 질 수밖에 없는 전쟁으로 내몰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저희는 반대로 현장중시 경영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세 번째로 직원들을 성과중심으로 평가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것입니다. 배경이나 학벌이 안 좋아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저희는 일년에 한번 종합업적평가를 합니다. 상반기엔 간단하게, 하반기엔 전 직원이 한데 모여 대대적으로 하는데, 자칭 ‘전당대회’라고 불려요. 주는 상도 많고 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한마당입니다. 여기에서 상을 받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1년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상을 받는데 저도 운이 좋아 제일 큰 상인 대상을 두 번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의식을 들 수가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그 동안 ‘은행의 주인은 나’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은행을 위해 헌신하는 문화가 큰 경쟁력인 셈입니다. 이러한 주인의식, 위아래와의 커뮤니케이션, 열린 경영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지금의 좋은 성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CEO멘토링]신상훈 신한은행장이 알려주는 경영지혜중에서


이중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성과중심’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주인의식’입니다.

3.
신한은행 프로젝트를 하면서 – 아니 대형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 계약과 관련한 많은 갈등이 발생하였습니다. 업무 범위(Requirement), 인력투입계획,일정계획. 물론 어느 프로젝트나 있는 일입니다. 특별하다고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야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지만 나름의 의견을 개진하였지만 현실적으로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협력업체의 희생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분명 이슈는 계약밖의 사안인데 너무나도 당연하게 요구하는 점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바로 ‘성과평가’라는 문제가 앞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저는 신한웨이의 특징을 ‘강한 실행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실행력이 가지게 하는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신한은행의? 철저한 ‘성과평가,성과중심’이 놓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합니다. 정실보다는 성과를 중심으로 인재를 평가한다는 점은 무척이나 훌륭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집단이 성과를 낼 때 관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으면 더 좋지않을까 합니다. ‘갑-을’관계의 프로젝트에서 ‘갑’이 성과를 낼 때 ‘을’이 손해를 보면 윈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우선’으로 문제를 접근한다는 점도 많이 느꼈지만 ‘갑-을관계’를 또다른 고객관계라고 이해할 수도 있는데 역시나 아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4.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여러 유형의 고객을 만납니다. 어떤 고객은 알아서 맡기지만 나중에 책임도 지지 않는 고객이 있습니다. 어떤 고객은 권한도 행사하고 책임도 집니다. 신한은행의 업무스타일은 좀 색다릅니다. 다른 스타일을 표현하는 말이 바로 ‘토참문화’입니다. 이백순행장이 취임하면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토참문화’는 신한웨이의 한 특징인 ‘주인의식’의 또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론과 참여, 줄여서 토참문화. 헛 말이 아닙니다. 진짜로 문제를 원인을 찾고 해결을 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을 합니다. 끝장토론이라는 것도 몇번 해보았습니다. 회의를 하면 결론을 도출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아마도 신한은행 직원들사이에선 토참문화는 강한 실행력을 만드는 또다른 요인일 듯 합니다. 그렇지만 ‘갑-을관계’가 되면 단순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이슈가 ‘토참=주인의식’이라는 말로 책임을 지우고 희생을 강요하는 듯 합니다.

제가 이해할 때 토참문화가 활성화되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우선 정보의 공개입니다. 둘째는 대등한 관계입니다. 마지막으로 동등한 집행,실행(물론 지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갑-을관계’는 대등한 관계가 아닙니다. 상하관계입니다. 또한 ‘을’은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참문화가 한쪽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5.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끝났으면 됐지 무슨 희생이냐”라고.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신한은행 직원들의 열정과 CNS 및 협력업체의 눈물겨운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합니다. 매일 8시 30분에 출근해서 7시퇴근이 기본근무시간이고 대부분 시작할 때부터 늦은 9시에 퇴근하였습니다. 물론 시험단계부터 철야와 휴일근무도 하였습니다.

“그런 생활은 원래 SI에선 보통아니냐”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왜 정상입니까? 주 40시간을 일하고 최선의 성과를 내면 가장 훌륭한 조직이 아닌가요?”

한 면에서 보면 성공한 프로젝트뒤엔 ‘열정적으로 헌신적으로 일한 프로젝트 팀’이 있고 다른 면에서 보면 ‘계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희생을 한 프로젝트팀’이 있습니다. 동전의 양면입니다.

우리사회의 관행을 하나의 프로젝트를 통해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또 프로젝트를 희생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팀을 구성하는 갑과 을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문화를 만들어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때 각각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진실된 이해.

그런 점에서 강한 실행력을 가진 신한웨이와 토참문화가 좀더 폭넓게 프로젝트에서 적용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서로 대등한 프로젝트팀원으로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동료로써~~~~~

진짜로 길고 길었던 15개월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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