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계급론과 로봇투자자문

1.
전혀 관계없는 주제로 보입니다. 로봇투자자문과 수저계급론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앞서 로보어드바이저 다시 보기에서 로봇투자자문을 가능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로봇투자자문이 등장하는 배경을 보면 ‘PB서비스의 경쟁 심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최초 고액자산가를 위한 PB서비스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1989년 국내에 지점을 내고 영업하던 미국의 씨티은행이 국내에 처음으로 PB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1992년 한미은행이 PB 서비스의 일종인 VIP뱅킹을 시행했으며, 1995년 하나은행이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 최초로 PB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PB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순금융자산(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것) 10억원 이상의 거액자산가들이 많지 않았으므로 PB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급등 ▲IT 산업 및 주식시장 발전 ▲고소득 전문가 집단의 등장 등으로 1997년 4만명에 불과하던 거액자산가 수가 2005년 8만명, 2010년 14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매금융에 치중하던 국내 시중은행들이 PB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거액자산가 고객을 확보한 일부 증권사들도 PB 서비스 경쟁에 동참했습니다.

PB 업무를 하는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본점 내에 PB사업부 같은 전담 조직을 두고 있고, 거액자산가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도 PB 전용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61개 PB 전용센터의 64%가 서울의 강남 3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들은 일반 영업점에 PB코너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PB(Private Banking) 서비스의 변천사와 향후 전망은?중에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금융자산 10억원이상인 사람은 대략 18만명으로 추산합니다.

2015 한국 부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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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만명의 고객을 놓고 은행과 증권사 그리고 보험사들이 PB서비스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좁습니다. 그래서 하한을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2억원을 최저자산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이 PB(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알짜’인 부자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을 노리겠다는 것인데, 채널(영업점 및 제공 서비스)은 늘리고 문턱(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산기준)은 낮추는 것이 대세다.

특히 은행들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에게만 제공하던 PB서비스를 2억원 이상의 부유층 고객까지 범위를 넓히고, 고객의 자산규모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다양한 고객들을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국내에서 2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는 모두 70만가구. 기존 고객인 10억원 이상 부자 18만2000가구에 이들을 더하면 PB시장 고객은 모두 88만2000가구로 늘어난다.
“88만 부자를 잡아라”…은행권, VIP 고객 쟁탈전 중에서

여기서 다시 하한선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저는 이런 PB서비스의 변화속에서 로봇투자자문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1. KEB하나은행은 지난 9월부터 금융 자산 3,000만원 이상인 고객에게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은 하나은행의 ‘VIP 멤버스’라는 공간에서 자산관리 전문가인 ‘행복파트너’로부터 자산관리·연금 플랜 등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행복파트너 1,700여명을 선발해 전 영업점에 배치하는 한편, 기존 전문 PB들만 사용하던 ‘PB 전용 자산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2.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PB 서비스 문턱’을 5,000만원으로 대폭 낮춘다. 현재 PB 이용 고객 기준은 1억원 이상이다. 내년 1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앞두고 자사의 고객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금융자산 5,000만원 미만인 고객에게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PB 및 재무설계(FA)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 자산 3억원 이상 VIP 고객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WM) 서비스의 저변이 일반 투자자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이 나날이 하향 곡선을 그리자, WM 등 비이자 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권이 PB 대중화에 나선 것이다. 이제 일반 직장인도 그동안 수억원의 고액 자산가들만 누릴 수 있었던 투자·세무·부동산·법률 등의 자문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1%대 저금리에 저성장 기조까지 맞물려 금융 자산을 굴리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던 일반인들에게 WM의 대중화는 분명 희소식이다. 이번 주 다트머니에서는 ‘쌈짓돈’을 제대로 관리해 줄 좋은 PB를 고르는 원칙을 살펴본다.
문턱 낮춘 자산관리 서비스 일반투자자도 VIP처럼 모십니다중에서

2.
이처럼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등장하고 있는 로봇투자자문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수저 계급론이 횡횡하는 한국사회에서 어렵지않을까 추측합니다. 미국의 로봇투자자문은 ‘개인의 노력으로 번 소득’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상속받은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대부분입니다. 전혀 다른 사업환경입니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금·은·동수저에서 흙수저까지 자식의 경제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것이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다. 한국에선 아직 민간이 축적한 부(富)에서 상속·증여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성장·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번 소득’보다 ‘상속받은 자산’의 중요성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금수저보다 더 누리고 산다는 다이아몬드수저, 플래티늄(백금)수저로 수저 계급론이 진화할 수밖에 없는 미래가 한국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17일 낙성대경제연구소 홈페이지(naksung.re.kr)에 공개한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 논문에 담겼다.
‘수저 계급론’ 점점 더 설득력 얻는다중에서

위에서 언급한 논문은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에서 볼 수 있고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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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금융회사들도 불평등 해소에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사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부터 없애는 것이 어떨지..(^^) 온라인자문업으로 로봇투자자문사업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대신 금융회사에 로봇투자자문 솔루션을 제공하는 편이 훨씬 오래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합니다. 저의 의견일 뿐입니다.

(*) 미국 로보투자자문회사들이 심각한 위기임을 보여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경쟁은 커지고 규모는 작고 결국 M&A로 내몰리는 형국입니다. Does not compute이 원문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문은 투자자산 규모가 최소 수십만 달러 이상인 부유한 투자자들에게나 가능한 서비스였다. 보통 자문사들은 고객 포트폴리오에 연 1~3%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고 세금 절약 방법을 조언하는 대가로는 적지 않은 비용이다. 로보어드바이저업계가 부과하는 수수료는 연 0.25% 정도에 그친다.

수수료 거품을 걷어낸 결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초고액 자산가 범주에 들지 않는 보통 사람들에게 금융자문을 제공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나이와 연봉, 투자 목적 등 간단한 설문을 통해 고객의 리스크 선호도를 파악하고 고객의 돈을 제 3자가 제공하는 저비용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배분하는 게 로보어드바이저의 기본 서비스다. 투자수익률을 해치는 가장 큰 이유가 높은 수수료와 ‘인간의 실수’임을 감안하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전략은 번성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스마트폰앱과 투명한 가격 구조, 낮거나 아예 없는 최소 투자금 제한 등 다른 특징들은 젊은 세대를 끌어들였다. 웰스프론트는 스스로 ‘밀레니얼 세대의 찰스슈왑’이라고 칭한다. 1970년대 찰스슈왑이 증권 거래 수수료를 낮춰 베이비부머를 끌어들였던 것처럼 비용을 절감해 젊은 층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그 저가 수수료 정책은 곧 베터먼트와 웰스프론트가 수익성을 거두기 위해 상당한 자산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현재 두 업체의 운용자산은 각각 29억 달러 정도다. 대부분 지난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연 매출은 약 700만 달러다. 이는 약 100명의 직원을 유지하고 높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은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두 업체의 총 비용이 연간 4000~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고정비용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수와 운용자산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필수적이다. 손익분기점에 이르기 위해서는 운용자산이 수백억 달러는 돼야 한다.

웰스프론트의 아담 내쉬(Adam Nash) 대표는 “AUM은 잘못된 지표”라면서 AUM은 지난 여름 증시 하락과 같은 금융시장 움직임에 의해 영향을 받고 변동성이 잠재적 투자자들을 겁 먹게 했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두 회사는 모두 여전히 고객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결국 AUM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비쳤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금융자문사의 역공 역시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에 타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뱅가드와 찰스슈왑은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시작했고 기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슈왑의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은 벌써 41억 달러에 이른다.

이코노미스트는 베터먼트와 웰스프론트가 모두 월간 1억 달러 이상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핀테크업계의 성장은 산술적 증가가 아니라 기하급수적 증가를 보여야 한다며 만일 운용자산 증가율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두 업체는 수수료를 올리거나 회사를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美 로보어드바이저 생존 ‘불투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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