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6년을 버티기

1.
여의도에서 5년을 버티기에 이은 현재입니다.

회사를 접고 잠시 다녔던 아이낸스. 비슷한 시기 회사를 그만두었던 후배들이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작은 회사를 차렸습니다. 나름 의욕적인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동분서주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지금 모습을 보면 역시나 창업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모바일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했던 후배는 인력파견을 합니다. 그 또한 쉽지 않습니다. 발주프로젝트도 적지만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찾는 개발자들이 자바개발자입니다. 하는 말.

“자바개발자가 없다. 구하기 너무 힘들다.”

우연히 Okky의 구인 게시판을 보았습니다. 대부분 Java개발자입니다. 초급이나 중급 개발자를 찾습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놓고 보면 2010년 이전에 자바세계에 발을 늘여놓은 분들을 찾습니다. 구인게시판을 보면서 이상한 점을 느꼈습니다.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업무를 이해하여야 하는지, 이런 내용이 불충분하더군요. 그래도 자바언어를 이해하고 실무경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프로젝트, 그것도 자바를 이용한 프로그램밍. 한국 IT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 SI산업의 현실입니다. 너무 나갔습니다만 저와 무관하지 않는 현실입니다.

지난 1년동안 여의도를 보면 변화하고 있고 큰 흐름은 구조조정입니다. M&A, 인력 구조조정, 사업 구조조정, 생존 혹은 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는 듯 합니다. 이런 변화가 어디로 향하는지 불명확하지만 소수의 대형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을 지편하는 모양으로 보입니다. 반면 IT를 축으로 하여 변화하고 있는 금융의 혁신과 이어지는 것도 아닌 듯 합니다. 해외의 핀테크 스트트업들이 내놓은 서비스를 도입하여 흉내를 내지만 금융산업이 변화하는지, 의문입니다. 여기에 파생상품시장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트레이딩을 하는 단위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위탁매매 vs 자기매매 둘

5년을 버틸 때 다짐이었습니다.

우선 ZeroAOS사업을 위한 비즈니스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침체된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교육사업을 위한 틀도 재정리하였습니다. 오랜 동안 함께 일을 했던 후배가 교육파트너로 새롭게 참여합니다. 이전 강사와 달리 오래도록 교육파트너로써 일을 할 계획입니다. 교육장도 멋진 곳을 알아보았습니다. 3년을 넘겨 4년을 버티고 5년이 되니까 조금은 달라진 듯 합니다.

기업이 아닌 개인으로 사업을 할 때 어려움이 많습니다. 나이도 중요합니다. 나이는 곧 관계의 제약입니다. 오십을 넘기면 여의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인연이 거의 없어집니다. 기회가 그만큼 줄어듭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아닌 개인이기때문에 온전히 개인의 역량으로 모든 것을 풀어야 합니다. 요즘 같은 위기때 업력(業曆)이 중요합니다만 기업이 쌓아놓은 실적도, 관계도 저에게 없습니다. 지난 오년동안 트레이딩과 관련한 일로 쌓은 업력도 시장의 침체로 날아가 버렸기때문입니다. 앞서 다짐중 상당수가 휴지조각이 되었고 저에게 심각한 위기입니다. 사실 5년을 넘길 때 위기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 위기였습니다. PM을 1년하는 동안 일어났던 변화를 몰랐던 것이 실책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핀테크도 고민했습니다. 금감원은 핀테크 성공을 위한 7계명으로 “업권간 경계 개척(Frontier) 정체성 확립(Identity) 수요자 요구 파악(Needs) 기술 확보(Technology) 서비스 구체화(Embody) 소비자 중심(Customer) 기술결합(Hybrid-patchworks)”이라고 하지만 핵심은 규제입니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핀테크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만 핀테크가 ‘규제’로 인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무척 좁다는 생각입니다. 솔직히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확률도 없는 상태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을 하던지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은 금융회사와 제휴를 하여야 합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을 되놈이 벌기 십상입니다.

2.

“궁하면 통하리라”

이런 말을 합니다. 주역에 있는 원문이 이렇습니다.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하면(窮) 변하고(變), 변하면 통하고(通), 통하면 오래간다(久)

오래전에 들었던 어떤 분의 뜻풀이는 변(變)을 강조하더군요. 窮이 곧 通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變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궁, 위기입니다.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만 기회를 만들려면 무언가 다른 시도(變)를 하여야 합니다. 지금 무엇을 하여야 할까요? 이런 격언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실렸습니다.

The Secret To Getting Rich And Changing The World Is To Have A Stupid Idea

變을 하려면 그만큼 엉뚱한 발상이 필요합니다. 발상의 전환을 하여야 하고 그것이 Stupid가 아닐까 합니다. 다만 엉뚱한 발생을 할 용기가 없습니다. 그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감당해야 하기때문입니다. 대신 어려울 때일 수록 기본에 충실하려고 합니다.오래전 어려우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였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였지만 결국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었습니다. 한번의 실패이후 가진 생각이 “잘하는 것에서 새로움을 찾자”는 생각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ZeroAOS를 이용한 트레이딩비즈니스입니다. 이를 어떻게 바꿀까, 지난 몇 달 이것을 놓고 고민하였습니다. 몇가지 변화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첫째 파생시장을 벗어나 주식시장으로 발을 옮기자.
파생시장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규제’입니다. 외풍의 영향을 가장 크고 직접적으로 받는 시장입니다. 외풍이 적고 금융위원회에 직접 규제를 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주식시장입니다. ZeroAOS와 주식시장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합니다. Low Latency입니다. 이를 대신하기 위해 Algorithm과 Automatic을 방점을 찍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남과 다른 경쟁력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IT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다양한 주문유형을 떠올렸습니다. Condition-Event를 기반으로 모형도 고민했습니다.

둘째 주식투자자를 위해 ZeroAOS 체험서비스를 제공하자.
ZeroAOS의 핵심은 Linux를 기반으로 합니다. 윈도우는 트레이더를 위한 제한된 환경을 제공합니다. 체험을 하려면 이것저것 설치하고 설정하여야 합니다. 진입장벽입니다. 그래서 체험을 고민하였고 Vagrant를 이용한 ZeroAOS 시험환경구축은 고민한 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쓴 글입니다. Vagrant의 Box를 만들어 배포하면 끝이 아닙니다. 리눅스환경으로 운영하는 기능중 핵심을 윈도우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Vagrant용 Box로 표준전략을 이용한 매매체험을 제공하려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셋째 일반 투자자용 서비스를 제공하자.
첫째를 놓고 일반투자자용 서비스도 고민하였습니다. 막혔습니다. 종목을 추천하고 시그날을 만들려면 방대한 데이타가 필요한데 이를 관리하고 운영할 여건을 만들 수 없습니다. 대신 주식 종목추천 서비스나 매매시그날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휴를 검토하였습니다. 종목추천(매매시그날)을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자동매매서비스를 고민했습니다. 한 두곳에 제안을 하였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90년대말부터 전 세계 데이타를 기반으로 매매시그날데이타를 만들어온 분을 만났습니다. 국내외 주식, ETF, 파생상품 시그날을 제공받기로 하였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탁’으로 끝나는 서비스를 만들 생각입니다. 다만 ZeroAOS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거래소가 지원하지 않는 주문유형을 포함하여 부가기능을 내장하려고 합니다.

ZeroAOS를 이용한 Fintech Broker 협력 제안

넷째 어떤 고객이라도 최선을 다하자.
현재 몇 고객이 있습니다. 오늘도 새로운 고객과 계약을 하였습니다. 당장 수익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유지보수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 합니다. 평판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평판중 최고는 ‘고객의 신뢰(믿음)’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고가 평판을 만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항상 최고일 수는 없습니다. 신뢰는 노력한만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변하면 성공으로 이어질까요? 어느 기업가의 솔직한 말이 반갑습니다.

창업, 성공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어떻게 창업을 해서 성공할까일듯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운(運)’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실리콘밸리에서 VC를 만나고 왔다. 에버노트의 투자사인 메리테크캐피탈의 크레그 셜맨(Craig sherman)이다. 그 사람이 20년간 지겨본 바 “우버의 투자사 벤치마크캐피털의 포트폴리오사 50%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다(“I looked through 20 years portfolio Benchmark, 50% of the portfolio companies disappeared within 5 years”)”고 하더라. 그리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속된 상위 1% 기업도 실패하는 기업이 태반이라고 했다. 그렇게 실패한 기업 구성원이 능력이, 팀이, 노력이 부족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의 목적이 뭔가 한 몫을 바라는 것이라면 매우 위험한 접근이고 발상이다. 창업의 성공은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김종화 봉봉 대표, “창업 성공? 가장 중요한 것은 ‘운(運)’이다”중에서

3.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저를 블로거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은 “매일 연구만 하는지” 궁금해합니다. 사실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십대때 들었던 어머니의 말씀이 자주 떠오릅니다.

“너의 사주는 공부이다”

사주때문일까요? 우연히 강사요청을 받았습니다. 고민하다고 승낙을 했고 주제에 맞는 강의계획서를 만들었습니다. 경쟁입찰이라고 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벌써 걱정입니다. 강사를 하려고 마음을 먹으니 번역도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것중 번역을 하면 어떨까 하는 책 몇 권을 후배에게 문의를 했습니다. 저작권과 시장성이 있으면 번역을 해보자고 하네요.

남은 인생을 한가지로만 기록하지 않는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반드시 금융IT만을 한 ‘누군가’로 남을 필요가 없습니다. 궁(窮)하여 선택을 하지만 다양한 색깔로 이루어진 인생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여의도에서 살아남기 쉽지않습니다. 의지와 관계없이 떠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할 때입니다. 변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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